일선교사의 ‘인성교육’ 사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살을 서로 부딪치는 게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고등학교에서 만난 김융희(51) 교사와 학생들은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섰고,충분한 성과를 거둔 듯했다.김 교사는 “‘삶은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어주는 것’이라는 시의 한 구절(안도현의 ‘연탄 한 장’)을 체험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융희 교사 제공
서울 구로구 고척고등학교 김융희(왼쪽 두번째) 교사와 학생들이 최근 연탄배달 체험학습을 한 뒤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히고 즐거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김융희 교사 제공
김융희 교사 제공
김 교사는 지난해 자신이 맡은 학급(2학년5반) 학생들과 ‘연탄배달 체험학습’을 시작했다.학교 교육만으로는 인성교육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학습 부담을 덜기 위해 기말고사가 끝난 12월 중순 첫 체험을 떠났다.김 교사는 “학생들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학부모들이 의외로 반겼다.”고 했다.학교장도 반대하지 않았다.“봉사를 다녀온 후 교장께 보고하니 말없이 인정해 주더라.”고 했다.동료 교사들도 김 교사의 실험을 함께 응원했다.
그는 “경력이 짧은 교사가 추진했더라면 여러 제약 때문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러나 “우리가 흔히 가진 편견보다 학교와 학부모가 많이 열려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농활에도 적극적이었다.지난 10월 김포의 한 국화밭으로 갔다.학생들은 잡초를 뽑고 국화도 심으면서 서로 부딪치고 넘어졌다.김다솔(17)군은 “농활을 한 다음 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12시간가량 잠만 잤더니 엄마가 혀를 끌끌 찼다.”면서 “그래도 기분이 참 좋았다.”고 했다.
김군은 “일하면서 먹었던 그때 감자탕 맛은 절대 못 잊을 거 같다.”고 흐뭇해했다.박정하(16)양은 “요즘은 다른 반 친구들도 부러워한다.우리도 같이 가면 안 되느냐고 물어온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자신들과 통하는 김 교사를 신뢰하고 따랐다.류미림(17)양은 “선생님은 말투부터 다르다.우리를 존중하고,위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서 “체험학습 내용을 정할 때도 항상 우리끼리 토론해 정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학생들이 봉사 지역과 내용을 결정하면 김 교사는 세부 일정만 짠다.어르신에 대한 예절 교육,농활을 갈 곳의 지형·특산물 공부도 병행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가능성이 당장 보일 수도 있지만 10년,20년 지나서 나타날 수도 있다.우리 역할은 그걸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했다.조급한 성적 지상주의를 버리자는 얘기였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8-12-24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