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 갈 곳 없는 도시빈민의 역사

[건국 60주년] 갈 곳 없는 도시빈민의 역사

이재훈 기자
입력 2008-06-13 00:00
수정 2008-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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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비닐하우스→달동네→쪽방

도시빈민들은 지난 60년 동안 정부의 도시정책, 경제상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주거형태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어디로 옮겨가든 생활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간답게 살아갈 공간에 대한 권리, 즉 주거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빈곤의 악순환은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우리 사회의 도시빈민들은 신석기시대 움집과 유사한 형태의 ‘토막집’에서 생계를 유지했다. 땅을 파고 들어가 위에 지붕만 얹은 ‘비만 피하는’ 형태의 집이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고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면서 가파른 산자락으로 판자촌이 형성됐다. 북한 정부수립 직후 월남민들이 서울 변두리에 얼기설기 판자집을 지어 올렸다. 일제의 징용에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판자집을 지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시대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되고, 도심지역에 대한 정비를 시작하면서 판자촌 빈민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들어가 일종의 위장주거 형태인 비닐하우스를 지어 살기 시작했다. 방치상태에 놓여 있던 도시빈민에 대한 정부의 강제 수용 정책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1971년 경기도 광주 대단지 사건이 발생했다. 분양지 무상불하 및 각종 세금감면을 주장했던 빈민들은 광주단지 사무소와 성남파출소를 불태우고 서울시청으로 향하다 경찰기동대에 해산됐다.

1980년대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달동네’에 대한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도시빈민들은 다른 지역의 빈민촌으로 옮겨가거나 다세대 주택의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 등으로 옮겼다. 당시 상황을 반영해 도시 서민의 애환을 그린 ‘서울의 달’과 같은 드라마들도 유행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수많은 노숙자를 양산했다. 그해 겨울 수십명의 노숙자들이 길거리에서 동사했고, 이를 위한 대책으로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쉼터를 열고 식사지원 등의 생계지원에 나섰다.

2000년대 서울의 도시빈민들은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청량리역 등 인구 이동이 많은 역사 주변의 쪽방, 혹은 벌집이라고 불리는 단칸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2008년 현재 서울에 있는 노숙자의 수만 3500여명이라고 정부는 공식 통계에서 밝히고 있다. 쪽방·고시원·사우나·만화방·PC방·기도원 등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주거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노숙자는 최소 2만에서 최대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여전히 국가의 의료·복지체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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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8-06-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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