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생,74세. 고은과 장종 동갑내기 두 작가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친구’라 불렀다. 대담 전날 저녁 ‘한강 선상낭독회’에서 두 사람은 즉흥시를 지어 낭송하며 손을 맞잡았고, 대담 당일 오전엔 ‘근대와 나의 문학’이란 포럼의 첫 번째 공동발제자로 나서 깊은 생각을 나눴다. 때문에 세 번째 만남인 대담은 더없이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장종 교수는 ‘일견여구(一見如舊:처음 만났지만 마음이 맞고 정이 들어 옛날부터 사귄 벗처럼 친밀함)’란 한 마디로 ‘형제애’를 표현했고, 고은 시인은 자신을 중국식 이름 ‘가오인’으로, 장종을 한국식 이름 ‘장형’으로 부르며 화답했다.
대담 이틀 전인 11일은 노벨문학상 발표일이었다.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고 시인은 이번에도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대담 막바지에 물어본 ‘노벨문학상 소회’에 대해 그는 “대답 안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노벨문학상과 관련해선 어떤 말도 꺼내지 않기로 오래전부터 원칙을 세웠다.”면서 “수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한 번도 답한 적이 없다. 이해해달라.”고 짧게 말했다.
장 교수는 대담을 마친 후 전날 지어 낭송한 즉흥시를 한자 한자 종이에 옮겨 보여줬다.‘한강의 밤’이란 제목의 시는 그가 처음 만난 한국의 문인들과 한국 땅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한강의 밤 얼마나 아름다운가/은하수처럼 찬란하고 용궁처럼 눈부시도다/한강의 밤 얼마나 아름다운가/산과 같은 건물과 등불의 협곡을 지나 무지개 같은 다리를 지난다/(중략)한강의 밤 얼마나 아름다운가/도도히 흐르는 한강이여 세월을 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중한 양국민의 우정도 다 흘려보내지 못할지라(장종 ‘한강의 밤’중에서).”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7-10-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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