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당에서 쫓겨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과 지난해 대구 고·지검 국정감사 뒤풀이 자리에서 ‘막말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불운도 한 잔의 폭탄주에서 흘러나왔다.
권력층이 폭탄주에 빠져 구설수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1986년 3월 여야 의원 10여명과 군 수뇌부 8명이 고급요정에 모여 폭탄주를 연거푸 마신 뒤 말다툼 끝에 폭력 사태를 벌인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은 폭탄주의 악명을 널리 알렸다. 이로 인해 12·12사태 주역인 박희도 참모총장 등 전두환·노태우의 최측근 ‘별’들이 좌천되거나 예편하는 등 ‘파편’을 맞았다.
2000년 10월 이정빈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폭탄주를 마시고 “방송토론에 나가 졸릴 때마다 여성방청객의 스커트 속을 봤다.”는 등의 망언을 한 뒤 옷을 벗어야 했다. 또 지난해 인권위의 고위간부는 ‘폭탄주 골프’ 찬양론을 펼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1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역시 폭탄주를 마시고 노무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 등을 향해 내뱉은 욕설 등을 주워담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표적인 ‘주화’(酒禍)의 주인공은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 그는 99년 대낮에 폭탄주를 마신 뒤 ‘조폐공사 파업유도’라는 폭탄발언을 해 곧바로 검찰을 폭격했다. 사안의 중대성뿐 아니라 일과시간에도 음주를 즐긴다는 사실이 탄로나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검찰은 이후 ‘금주령’을 내렸고 지금까지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아마도 과거 폭탄주 문화가 가장 확산돼 있던 조직이 검찰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주로 공안부, 특수부 검사중에 소문난 ‘주당’이 많았다. 이 사람들 중에는 앉은 자리에서 20잔을 넘게 마신다는 ‘전설적인’ 얘기도 있다.P변호사는 양주와 맥주를 철철 넘치게 따라(보통은 70% 정도만 따른다) ‘바크만주’(자신의 이름에서 따 붙인 말)라는 이름을 유행시켰다.
양주와 맥주 등을 대야에 섞어 돌려 마시는 폭탄주인 ‘충성주’가 한때 관가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모 관청의 L차장은 돌리던 충성주가 자신의 차례에 이르자 마지막 남은 것을 마셔야 할 조직의 장인 ‘좌장’을 위해 대야를 머리에 뒤집어써 주위를 ‘썰렁하게’한 일화가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