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사계] 겨울 <상>

[DMZ의 사계] 겨울 <상>

강성남 기자
입력 2006-01-10 00:00
수정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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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전방에 내리는 그 많던 눈이 무슨 심술인지 올 겨울엔 자취를 감췄다. 대신 남쪽 지방으로 자리를 옮겨 ‘눈폭탄’으로 변해 농민들에게 큰 시련을 주고 있다. 겨울가뭄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전선지역은 건조하기만 하다. 그러나 올 들어 유난히 맹위를 떨친 추위는 이제껏 내린 많지 않은 눈을 고스란히 쌓아 놓았다. 카메라로 들여다 본 겨울 비무장지대는 여느 때처럼 백색이다.

험악한 산세를 부드럽게 물들이던 단풍의 물결이 철조망을 넘어 능선을 따라 북에서 내려오던 강원도 동부전선 ○○지역. 막혔던 남과 북의 장벽을 열고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을 담은 도로와 철도가 제한적이지만 전선의 동·서에서 이어지고 있다. 민족의 왕래는 빈번해졌다지만 인간의 손길은 여전히 완벽하게 차단된 이 곳. 땅을 들춰보면 분단의 햇수만큼의 낙엽과 눈이 시루떡 같이 켜켜이 층을 이룬 채 쌓여 있을 것 같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풍요롭게 먹이를 구하던 야생동물들이다. 쌓인 눈에 먹이를 빼앗겨 버리자 위험을 무릅쓰고 산 아래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다. 언제부터인지 동물구호활동단체들이 뿌려 주는 먹이에도 익숙해진 모습이다. 한여름에는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쏜살같이 숲 속으로 사라져 궁둥이만 겨우 찍게 하며 속을 태웠던 고라니. 지금은 기자를 반기듯 주변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맴돌다 아쉬운 듯 사라진다. 배 고픔에 지친 너구리도 한 참을 쳐다보다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긴다. 긴 겨울밤의 추위와 배 고픔은 동물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일 것이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대한민국 군대의 대표 군가를 부르며 위병교대를 하는 병사들을 만났다. 눈 부위만 빼꼼하게 남기고 얼굴까지 방한 장비로 감싸고 경계근무에 나설 참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코끝이 동상에 걸려 주정뱅이코처럼 빨갛게 되어 초봄까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단다. 전선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겨울 추위는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적이다. 칼바람을 뚫고 나서는 병사들의 몸짓에서 전선의 긴장감과 함께 군인의 자부심, 청년의 힘이 느껴진다.

사진 글 강성남 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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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수채화
한편의 수채화 송지호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고니들. 줄을 지어 움직이며 호수 물결과 함께 환상적인 동화 속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강원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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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와 두루미
기러기와 두루미 군안일학(群雁一鶴) 겨울 철새의 낙원이 된 철원 들판에서 낙곡을 찾아 무리 지어다니는 기러기 무리 속에 두루미 한 마리가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다.(강원도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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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까지 막는다”
“눈보라까지 막는다” 율곡부대 병사들이 밤사이 내린 눈으로 은세계로 변한 비무장지대에서 남방한계선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강원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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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찾으러…
먹이 찾으러… 평소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던 산양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철책선 인근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고 있다.(강원도 고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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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피해…
사람 피해… 눈녹은 군사도로에서 만난 너구리는 굶주림에 지친 듯 어슬렁 어슬렁 차량을 피하고 있다.(강원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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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외로움 몰려오고…
겨울밤 외로움 몰려오고… 매서운 칼바람이 방한복 깃을 더욱 세우게 만드는 겨울밤, 철책을 따라 설치된 투광등이 훤히 밝힌 전방 OP에 장병들이 철통근무를 서고 있다.(강원도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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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끄떡없습니다”
“추위 끄떡없습니다” 방한 장비로 완전 무장한 병사의 얼굴.(강원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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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물감 칠했나봐
하얀물감 칠했나봐 추수가 끝난 후 적막감마저 느껴지는 눈 덮인 철원평야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강원도 철원)
2006-01-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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