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사계] 가을<하>

[DMZ의 사계] 가을<하>

강성남 기자
입력 2005-11-08 00:00
수정 2005-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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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의 풍광은 달라져 있었다. 가을걷이에 바쁜 농부도, 낙수를 줍던 여름 철새들도 어느새 사라졌다. 추수가 끝난 논 둑을 따라 사람키만큼 웃자란 갈대만이 찬바람을 견디고 있다. 가을이 깊어진 탓일까. 이 곳의 명물 백로는 추운 겨울이 지나야, 다시 우아한 자태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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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만찬 즐기는 재두루미
저녁만찬 즐기는 재두루미 서쪽 하늘이 가을 낙조로 붉게 물든 저녁, 재두루미 무리가 피곤한 날개를 접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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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기전에 김장하자구”
“추워지기전에 김장하자구” 산이 온통 홍엽으로 물들어가는 늦가을에 강원도 양구군 해안읍 ‘펀치볼’주민들이 무청을 수확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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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모자와 두툼한 옷으로 이른 추위를 대비한 병사들이 논 둑을 따라 웃자란 갈대 사이로 경계근무에 나서고 있다. 육군 청성부대
털모자와 두툼한 옷으로 이른 추위를 대비한 병사들이 논 둑을 따라 웃자란 갈대 사이로 경계근무에 나서고 있다.
육군 청성부대


비무장지대는 지난 60년 동안 인공(人工)이 미치지 못한 덕분에 자연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불과 며칠새 붉은 단풍이 고지를 울긋불긋 물들였다. 들판에는 겨울철새의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의 복장도 바람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두툼해졌다.

낡은 승복을 입은 채, 망원경으로 허공을 수놓는 철새의 비상을 살펴보고 있는 한 스님의 모습은 가을의 서정(敍情)을 한결 더해준다. 스님은 날개를 활짝 펼친 새들로부터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몇 년째 철원 들판에서 철새를 필름에 담고 있는 도현스님은 사람 대신, 자유를 만끽하는 새를 화두로 삼아 명상에 잠기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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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친구들
자연의 친구들 도토리를 가득 물고 굴을 들락거리는 다람쥐, 새 짝을 만난 고라니, 저수지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오리들, 마른 갈대 사이로 동물들이 겨울준비에 부지런히 움직인다. 왼쪽부터 고라니, 청둥오리, 다람쥐.
강원도 인제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갈대밭 사이에 재두루미 무리가 조용히 잠자리를 준비한다. 동쪽 산등성이 위로 반달이 떠오르면 기러기 떼가 저녁 하늘을 가로질러 마을 건너편 저수지 옆에서 피곤한 날개를 접는다. 긴장감 넘치는 비무장지대의 가을밤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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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범 - 투구처럼 생긴 꽃보다 5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예쁘다. 진통제나 치풍제로 쓰이는 다년생초. 2. 왜솜다리 -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불린 노래로 유명한 에델바이스의 우리말이다. 중부 이북의 고산에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3. 수리취 - 자색 꽃이 원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린다. 4. 솔이끼 - 환경이 깨끗한 습지에서 군생한다. 소나무 줄기에 솔잎이 달려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5. 과남풀 - 일명 용(龍)의 쓸개처럼 맛이 쓰다고 하여 용담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위부터)
1. 진범 - 투구처럼 생긴 꽃보다 5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예쁘다. 진통제나 치풍제로 쓰이는 다년생초.
2. 왜솜다리 -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불린 노래로 유명한 에델바이스의 우리말이다. 중부 이북의 고산에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3. 수리취 - 자색 꽃이 원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린다.
4. 솔이끼 - 환경이 깨끗한 습지에서 군생한다. 소나무 줄기에 솔잎이 달려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5. 과남풀 - 일명 용(龍)의 쓸개처럼 맛이 쓰다고 하여 용담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위부터)
자동차가 막 통과한 검문소 앞에 자동차 불빛 사이로 흰 분말이 어지럽게 날린다. 철새를 매개로 전파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통로에 뿌려놓은 방역약품이다.AI는 비무장지대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비록, 예방약 가루가 옥의 티이기는 하지만, 비무장지대는 개발바람에 휘말린 우리 국토에서 천연의 허파로 남아 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부벼대는 소리는 귀로(歸路)에 한층 크게 들린다. 문득 스쳐가는 부처의 한마디.‘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했던가. 너와 나를 구태어 나누려는 세속의 분별심이 무색해진다.

글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5-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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