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슈] 장애인 없는 장애인체육센터

[클릭 이슈] 장애인 없는 장애인체육센터

유영규 기자
입력 2005-07-26 00:00
수정 2005-07-2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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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체육시설에서 정작 장애인들은 밀려난 채 비장애인들만 주로 이용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2동 기쁜우리체육센터. 지체장애 1급 강수환(가명·12·인천 계양구)군은 어머니와 함께 찾아간 이 체육센터에서 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어머니는 센터 개관 전인 지난해 10월 수중재활운동을 하려고 신청을 했지만 센터측은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강군이 받은 대기 번호는 12번. 수중재활 치료는 연간 3명 정도만 수용이 가능하다는 센터측의 계산대로라면 강군은 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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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기쁜우리체육센터 내 수영장 5개 레인 가운데 장애인에게는 단 1개의 레인만이 배정돼 있다. 그나마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서울 강서구 기쁜우리체육센터 내 수영장 5개 레인 가운데 장애인에게는 단 1개의 레인만이 배정돼 있다. 그나마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강군 가족이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장애인체육센터에서 만난 이용자 대부분이 비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자유수영이 있던 이날 오후에도 센터측은 수영장 전체 5개 라인 중 4개 라인을 비장애인용으로 배정했다. 어머니 김모(40)씨는 “일반인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배정하는 것은 장애인의 체육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군처럼 하염없이 순번을 기다리는 장애인은 이곳에만 175명이 넘는다.

평균 17.2%만 장애인,10명 중 1명뿐인 곳도

장애인에게 마음 놓고 체육활동을 할 권리를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장애인체육센터를 비장애인들이 ‘점령’하고 있다.17일 서울신문이 서울의 6개 장애인체육센터 중 4곳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의 이용자 비율은 평균 17.2%에 그쳤다. 장애인의 이용빈도가 가장 저조한 곳은 노원구 동천체육센터로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장애인은 10.7%에 그쳤다. 강서구의 기쁜우리체육센터의 장애인 이용률은 16.8%, 서부재활체육센터는 19.3%, 그나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송파구 곰두리체육센터도 21.9%에 불과했다.

강서구에 장애인체육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에 지난 3월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목동으로 이사 온 이가람(7·지체장애 1급)군도 수(水)치료를 위한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이군의 어머니 박소영(36)씨는 “센터당 몇 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만든 장애인체육시설이 파행 운영을 반복하는 것은 부적절한 예산집행과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일반인이 주된 고객이다 보니 장애인 지도교사들도 비장애인을 교육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수영강사 김모(32)씨는 “전체 교사 중 특수체육을 전공한 교사는 3분의1 수준이지만 그나마 대부분의 시간을 일반인의 수영이나 농구교실, 요가 등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정상운영 위해 지원 늘려야”vs 서울시 “자구책을 찾아라”

장애인체육시설을 장애인만 이용하라는 규정은 없다. 정부 지침에는 장애인을 우선 배정하고 50% 이상 배정하도록 노력한다는 권고 규정만 있지 강제 규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시설들은 회비를 전액 내는 비장애인들을 수용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무료 또는 이용료의 50%의 할인혜택을 받는다.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민간복지재단들은 이런 파행적 운영이 파산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한다. 기쁜우리체육센터 박세영 사무국장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마다 누적된 적자로 인건비나 퇴직금도 제때 못 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연간 지원은 한달치 운영비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6개 장애인센터를 운영하는 장애인체육센터협의회는 올해 초 예산지원 확대 신청과 함께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예산확대 등 구체적인 대답은 듣지 못했다. 장애인체육센터 관계자는 “운영비의 100%를 지원하는 일본의 수준은 못 되더라도 서울시가 성의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예산지원에 있어 확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지원수준은 다른 시·도보다 인건비 2명분을 더 지원하는 등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미 정부가 시설 투자를 했고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운영주체들도 운영을 위한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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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5-07-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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