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백의 아들 태성(56)씨가 25일 부친의 작품에 대해 가짜 의혹을 제기한 한국미술감정협회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를 하자 한국미술감정협회측도 26일 태성씨와 이 화백의 작품을 경매한 서울옥션 등을 상대로 무고죄로 고발하겠다고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진위 공방이 …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진위 공방이 일자 이 화백의 아들 태성씨가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평창동 한백문화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가 형과 자신에게 편지 내용은 다르지만 같은 구도로 그려준 작품이 있고, 구도는 같지만 채색이 다른 작품들도 있다.”며 진품임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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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진위 공방이 …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진위 공방이 일자 이 화백의 아들 태성씨가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평창동 한백문화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가 형과 자신에게 편지 내용은 다르지만 같은 구도로 그려준 작품이 있고, 구도는 같지만 채색이 다른 작품들도 있다.”며 진품임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감정협회 최명윤 감정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가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중섭 화백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태성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무고죄로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 기회에 누가 이중섭화백을 폄하하고 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엇갈리는 양측 입장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한국근현대미술품 경매를 앞두고 서울옥션측이 ‘물고기와 아이’의 감정을 의뢰하자 감정협회가 위작판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서울옥션측은 경매를 단행했고 감정협회는 “서명이나 필선이 이중섭 화백의 것이 아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50년 이상 소장해온 것”이라고 맞섰고 감정협회는 “가짜 작품을 가지고 박수근 화백의 가족들에게 접근, 전시회를 갖자고 제의한 조직들이 있다.”며 배후 세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서점에서 이중섭 화백 그림 뭉텅이로 사
이런 논란속에 ‘이중섭 5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를 이끄는 김용수씨가 자신이 소장중인 이중섭 그림 650여점 가운데 50여점을 25일 공개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인 김씨는 “유족을 통해 가짜 그림을 유통시켰다.”고 감정협회가 지목한 인물이다.
김씨는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이중섭의 수채화, 연필 드로잉, 은지화 등 50여점을 내놓고 나머지 작품은 은행금고에 보관중이라며 ‘진품’임을 강조했다. 김씨는 “70년대 초반 인사동의 한 고서점에서 고서 사는 기분으로 뭉텅이로 구입했다.”며 “당시 이중섭의 그림이 그렇게 비싸고 중요한 것인지 몰랐기에 그런 값에 그만한 양을 산 것”이라며 이중섭 그림의 소장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유족이 50년간 소장한 작품과 김씨 소장품이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중섭의 그림은 똑같은 것이 많아 내가 일본에 가서 유족에게 그림을 보였을 때 그들도 놀라는 눈치였다.”고 했다. 감정협회가 김씨의 소장품 대부분이 가짜고 현재 경매와 화랑가에 나도는 이중섭 그림의 출처가 김씨라는 의견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중섭·박수근 화백 전시회 제의받은 화랑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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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A화랑은 지난해 가을 대구에 산다는 한 남자로부터 “이중섭 화백과 박수근 화백을 포함해 대가들의 그림 1000여점을 갖고 있다.”면서 “전시회가 끝나면 이중섭 화백이나 박수근 화백의 그림 한 점을 주겠다.”는 솔깃한 전시회 제의를 받았다. 이 화랑 사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전시회에 드는 비용이 2000여만원인데 전시회가 끝난 뒤 적어도 수억원 정도 하는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거져 주겠다고 해 의아하게 생각해 화랑협회로부터 감정서를 받고 전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 그 남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술시장 위축시킬까 걱정
미술계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 자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몇십점, 몇백점의 작품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화가는 똑같은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예술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진짜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이번 유작의 진위 공방은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시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값비싼 작품을 거래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제3의 감정반을 새로 구성, 이 화백 작품의 진위를 반드시 가려내자.”고 제안했다.
또 이번 사건이 검찰 소송으로까지 비화됐지만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오리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미술감정이라는 것이 ‘과학감정’보다 ‘안목감정’이 더 중요한 예술분야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할 때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 감정전문가는 40∼50명 정도. 이 가운데 권위 있는 감정가는 5명 안팎으로 손꼽을 만큼 적다. 그러다 보니 가짜 그림을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미술계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화랑협회에서 지난 2002년 4000만∼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작가 200여명의 작품 1만 5000여점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지난 82년부터 2001년까지 주로 감정의뢰가 들어온 작품과 화가들을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최 교수는 “화랑협회의 자체 예산이 부족해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DB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마저 다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부 지원과 국가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감정, 평론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5-04-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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