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기고] 꼭, 그러나 세련되게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기고] 꼭, 그러나 세련되게

입력 2004-12-22 00:00
수정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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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역사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을사조약 100주년, 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의 해이기 때문이다. 이 기념 이벤트들은 지난날 한·일관계의 산물이다. 그런데 2005년에는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 결과도 발표된다. 이와 관련하여 2001년에도 커다란 파동이 일어난 것을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파동의 중심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교과서가 있었다.

만드는 모임측의 교과서는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식민지 지배를 긍정하고 있다. 이들은 2001년에 채택률 10%를 목표로 했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0.039%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반성하기는 커녕 곧바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4년 후에 ‘복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만드는 모임측은 2003년 총회에서도 목표치를 10%로 설정하였다. 그들이 보기에 10%는 향후 10년 내에 자신들의 교과서가 다수파로 될 수 있는 발판이자 진지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대중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중앙의 정치인만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원까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만드는 모임이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선도하는 중심축인 것이다. 이들의 배타적인 역사관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까지 방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견되는 파동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채택률 10%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다양한 전망을 구체적인 현실속에서 찾아야 한다.

2001년에 왜곡 교과서의 움직임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운동과 한국 등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좌절되었다.2005년에도 이러한 접근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제는 불채택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다는 대안까지 보여주는 운동이어야 한다. 일본사회에 반대만 하는 집단으로 보여서는 호소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적 활동만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정부도 이전과 달리 비판의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볼 때 역사왜곡의 전면에 나서는 곳은 일본정부가 아니라 만드는 모임이며, 교과서 채택 자체를 중앙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 우익 정치인만이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내정간섭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보수화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기존의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욘사마열풍’으로 상징되듯이 이제는 한·일 양국민의 상호방문이 연간 400만 명을 넘어섰다. 활발한 상호방문 속에서 두 나라 시민단체와 자지단체간의 교류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2005년에도 역사왜곡 파동이 일어나면 정부는 선두에 나서지 말고 국내 여론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한일간의 교류에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2001년도처럼 주일대사를 소환하는 등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서도 안된다.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합의한 명분 때문에 일본의 시민단체와 직접 접촉하여 되지도 않을 축제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유치한 행동은 말아야 한다.

교과서의 문제점은 정부가 아니라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지적해야 한다. 이때도 ‘이것을 언제까지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형식이어서는 안 된다.2001년처럼 자매결연을 중단해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사실의 왜곡을 지적하기는 하되, 두 나라의 ‘상생을 위한 역사의식과 행동’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일본의 교과서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일본인이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언행보다 원칙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대응이어야 한다. 일본인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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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백 서울대 社科硏 책임연구원
2004-1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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