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기업 100년상품] 100년기업 성공조건

[100년기업 100년상품] 100년기업 성공조건

입력 2004-07-16 00:00
수정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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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10년,20년 뒤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에는 지속적인 성장유지에 대한 기업총수의 고민이 녹아있다.그러나 이것이 비단 이 회장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유럽·日 기업 평균수명 13년

최근 유럽의 한 컨설팅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단 13년에 불과했다.또 30년 안에 기업의 80%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에서도 2000개의 기술관련 기업을 조사한 결과,평균수명이 고작 10년이었다.

우리나라의 단명(短命)현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65년 국내 100대 기업(금융회사 포함)에 들었던 곳 가운데 30년이 흐른 95년까지 여전히 이름을 걸치고 있는 곳은 제일제당,조흥은행,상업은행 등 15개에 불과했다.65년 10대 기업 중 95년에도 10대 기업에 들어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기업 운명이 이렇게 ‘파리목숨’일진대 한 회사가 100년을 넘게 존속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장수기업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서기 1000년 전후에 시작된 와인제조회사 ‘샤토 굴랭’이 여전히 활발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독일에는 1304년에 시작한 호텔기업 ‘필그림하우스’,영국에는 1541년 세워진 모직회사 ‘존 브룩’,네덜란드에는 1554년 설립된 비누제조회사 ‘데베르굴데한트’,핀란드에서는 1649년 시작한 가위제조회사 ‘휘스카스’가 있다.일본에서는 ‘공고구미’(金剛組)라는 건설회사가 578년부터 지금까지 1427년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고(最古)의 기업이래야 구한말에 세워진 100년 남짓한 곳들이 전부다.그나마 세는 데 다섯손가락도 다 필요없다.게다가 상업은행(1899년 설립)은 우리은행과 합쳐져 이미 뿌리가 사라졌고,조흥은행(1896년)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결국 지금도 유지되는 민간 100년 기업은 서울신문(1904년 대한매일신보)과 두산(1896년 박승직상점),동화약품(1897년 동화약방)이 고작이다.더구나 현재의 기업이름과 출범당시의 기업이름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따지면 80년이 채 안된 유한양행(1926년)이 가장 오래됐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재벌그룹과 같이 외형과 이익이 큰 기업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장수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특히 조흥은행과 상업은행의 사례처럼 장수기업을 지키는 데 관심을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기원을 어디서부터 잡을지,기업의 연속성을 가리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조차 제대로 연구돼 있지 않을 만큼 기업사 연구가 빈약하다.”면서 “상업과 공업을 천대했던 과거 전통 때문에 역사적인 뿌리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생태계 이해·활용 중요

최근 출간된 ‘100년 기업의 조건’(케빈 케네디 등 저,한스미디어 간)은 기업이 장수하기 힘든 이유로 성장에 따른 복잡성을 든다.시간이 지나면서 ▲혁신 ▲제품교체 ▲전략 ▲제휴 등 4가지 경영상 도전과 ▲학습문화 ▲리더십 ▲지배시스템 ▲이사회 감시 등 4가지 지배구조상 도전에 직면한다고 했다.일본 닛케이신문은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명제로 ‘변하지 않는 절대가치의 추구’를 든다.103년 된 미국 디즈니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꿈을 주자’,137년 된 스위스 네슬레는 ‘좋은 음식과 좋은 삶’이란 이념을 간단없이 좇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영학자들은 장수기업들 사이에 구체적인 실행차원의 공통점은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한마디로 왕도(王道)는 없다는 것이다.이를테면 미국에서 일찌감치 포기한 그룹 계열화가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에서는 ‘재벌’이라는 형태로 성공했고 선진국에서 통하는 경영전략이나 지배구조,노사관계,임금구조 등이 국내에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 것들에서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하대 경영학부 손동원 교수는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그 기업이 처해있는 기업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미래기술을 잘 예측하는 산업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04-07-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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