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vs꽝] `짱’만 있나… `꽝’도 뜬다

[짱vs꽝] `짱’만 있나… `꽝’도 뜬다

입력 2004-02-16 00:00
수정 2004-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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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조성된 ‘짱’문화가 어느새 ‘꽝’으로 번졌다.지난해 10월쯤 ‘전국얼꽝연합’ 등 ‘꽝’사이트가 만들어졌으나 활동이 미미하다,지난 연말부터 ‘몸짱’아줌마가 오프라인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자 이에 대항해 최근 ‘꽝’사이트에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짱’과 ‘꽝’의 실태와 이에 담긴 사회심리학을 해부한다.

주부 김화연(35·서울 마포구 아현동)씨는 스스로 ‘몸꽝’이라고 말한다.‘몸꽝’은 날렵한 몸매로 인기를 얻는 사람을 가리키는 ‘몸짱’의 반대말.김씨는 “모두 예쁘고 늘씬하면 더 이상하지 않겠냐.”면서 “건강에만 이상이 없다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몸짱이 되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나 몸꽝이다.어쩔래?”

키 158㎝인 김씨의 현재 몸무게는 63㎏.결혼하기 전 몸무게 42㎏에 비해 20㎏ 넘게 살이 쪘다.김씨도 남들이 하는 다이어트는 시도해 봤다.그러나 8살,6살짜리 남매를 키우다보니 다이어트에만 몰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오히려 날마다 체중계에 오르는 스트레스가 더 컸다.

김씨는 “힘든 다이어트를 되풀이하다 보니 요요현상까지 겪게 돼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면서 “차라리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요즘 김씨는 ‘몸꽝’,‘얼꽝’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다닌다.대신 그는 “헐렁한 옷으로 펑퍼짐한 몸을 가리는 눈속임은 하지 않겠다.”면서 “좀 작아보여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꽝 다 모여라.’

인터넷 다음카페의 최근 화두도 단연 ‘꽝’이다.‘얼짱’·‘몸짱’처럼 빼어난 외모가 아니라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못 생기고,뚱뚱하더라도 즐겁게 살자는 네티즌들은 앞다퉈 ‘얼꽝’ 카페에 가입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카페는 하루에만 신규 회원이 3000∼4000명씩 가입하는 ‘전국얼꽝연합(전얼련)’이다.회원이 3만명을 넘어섰다.전얼련의 ‘얼꽝 선서’는 ‘얼꽝’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이들은 ‘태어난 그대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부모님에게 불평하지 않는다.’,‘어느 순간 어떤 누구를 만나더라도 항상 자신감을 갖는다.’,‘우리의 현실에 만족하며 산다.’ 등 3가지 선서를 복창하며 자신감을 갖자고 다짐한다.

그렇다고 ‘얼꽝’ 네티즌이 잘 생긴 외모의 ‘얼짱’에 감정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이들은 “우리는 얼짱에 대한 게릴라 세력이 아니다.”면서 “그저 얼짱이 되지 못한 평범한 사람끼리 만나 힘을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 네티즌은 “얼짱에게 얼짱이라고 말하면 기분 좋아하고,얼꽝에겐 얼꽝이라고 말했다가 괜히 싸움만 붙이는 꼴이 되는 현실이 싫다.”면서 “세상 모두가 잘 생기고 예쁘면 재미가 없듯 개성있는 외모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꽝’도 있다!

외모로만 ‘짱’과 ‘꽝’을 가르는 기준을 삼는 것은 아니다.어떤 일이나 취미에 서툴러 ‘꽝’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들이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구하는 모임도 인기다.

인터넷 다음에 개설된 ‘꽝맨의 붕어나라’라는 카페는 초보 낚시꾼의 놀이터다.붕어를 아끼고 사랑하는데 붕어낚시에는 ‘꽝’인 네티즌은 “고수보다는 서툰 솜씨로 낚시를 배우는 사람과 경험을 나누니 더 애착이 간다.”고 자랑했다.그런가 하면 나이트클럽에만 가면 부킹에 실패하는 ‘다꽝’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도 인기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외모나 능력이 타인에 비해 떨어진다고 주눅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사이버 신인류의 특징”이라면서 “네티즌의 즐거운 놀이문화의 한 변형으로 ‘꽝’이 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연 김효섭기자 anne02@˝
2004-02-16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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