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 난파선 ‘마도5·6호’ 발견
마도 1호선과 250m 떨어진 5호선화물 내용·필적 비슷한 목간 발견
1208년 개경 가던 같은 선단 추정
6호선에선 경남 사천 출항 첫 확인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태안 김임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4일 충남 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함께 마도해역 발굴 현장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조사 성과를 발표했다. ①고려시대 난파선인 마도5호선에서 발견된 목간(왼쪽)은 지난 발굴에서 나온 마도1호선의 목간(오른쪽)과 필적과 형태가 일치했다. 발굴된 54점의 유물에는 26점의 목간을 포함해 마도5호선 선체 조각②이 포함됐다. 이날 마도6호선 발굴현장에서는 10~11세기 고려시대 청자③도 출수됐다. ④사진은 마도6호선 목간 출수 당시 모습.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태안 김임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태안 김임훈 기자
택배 상자의 운송장은 물건이 어디서 와서 누구에게 가는지 알려준다. 800년 전 고려시대 화물에 달려있던 나무 조각인 ‘목간’(木簡)도 같은 역할을 했다. 최근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새로 확인된 난파선에서는 생생한 ‘운송장’ 기록이 나왔다. 전남 영암군에서 고려의 수도인 개경으로 보내는 화물 정보를 담은 목간은 약 250m 떨어진 다른 난파선에서 발견된 것과 내용은 물론 필적까지 판박이였다. 두 배가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함께 침몰한 같은 선단의 선박이었던 것이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4일 충남 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발굴 현장에서 ‘2026년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 성과 언론공개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에서 고려 난파선 ‘마도5호선‘의 실체를 규명하고, 새로 발견한 ‘마도6호선‘의 매장 흔적도 추가로 확인했다.
마도5호선은 지난해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 등이 발견되면서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해 본격적인 발굴에서는 닻돌·원통목·밧줄 등 선체 부속품을 비롯해 화물로 실린 볏섬, 선상 생활용품인 청동호(항아리) 등 유물 54점을 출수했다. 이 가운데 화물 내역을 적은 목간 26점은 항해 시기와 운송 경로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목간에는 화물을 거두어들인 시점이 ‘정묘년’(丁卯年)과 ‘정묘 12월’(丁卯十二月)이 적혀 있었다. 연구소는 기존 기록과의 비교와 연대측정을 거쳐 정묘년을 1207년으로 결론내렸다. 음력 12월은 한겨울이어서 통상 항해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항해는 이듬해인 1208년 봄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화물 발송지는 영암군과 안로현으로 지금의 전남광주 영암읍과 영암군 금정면 일대다. 목적지는 개경을 뜻하는 ‘경’(京)으로 써 있다. 마도5호선은 전라도 서남부에서 모은 화물을 개경으로 운반하던 배였던 셈이다.
2009년 발굴된 마도1호선도 1207년 해남·나주·장흥·영암 일대에서 화물을 모아 1208년 개경으로 향하다 침몰했다. 특히 마도5호선에서 나온 목간 중 안로현에서 개경의 송득덕에게 보내는 화물을 적은 기록은 마도1호선 목간과 내용 및 필체가 거의 일치했다. 연구소는 이를 동일인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마도1호선의 유물이 흩어져 나온 것은 아닌지도 검토했지만, 별개 선박으로 볼 근거가 더 뚜렷했다. 발견 지점이 250m 떨어져 있었고, 마도5호선 목간에는 1호선 화물 발송지 중 일부만 등장했다. 선체 외판의 두께와 형태도 달랐다. 연구소는 이를 종합해 두 배가 1208년 봄 함께 개경으로 향하다 마도해역에서 악천후를 만나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마도6호선의 흔적은 마도2호선 동쪽 약 1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음파 지층탐사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 해저를 시굴한 결과 청자유병과 도기정병, 목간, 볏섬, 화물 받침목 등 고려시대 유물 20여점이 확인됐다.
출항 지역을 추적할 열쇠 역시 목간이었다. ‘사주호장목량’(泗州戶長睦亮)과 ‘반성형지□미’(班城邢遲□米)라는 기록은 각각 사주의 호장인 목량과 반성의 형지□라는 인물이 화물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호장은 지방 향리의 우두머리이며, □는 판독하지 못한 글자다. 사주는 현재 경남 사천시, 반성은 경남 진주시 반성면 일대다. 선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상도에서 출항한 선박의 유물을 수중에 확인한 것은 연구소 50년 역사상 처음이다.
연구소는 2009년 태안 마도해역에서 고려시대 선박인 마도1~3호선을 발견한 뒤 2011년까지 순차적으로 발굴했다. 2014년에는 국내 수중발굴에서 처음으로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을 발견했고 지난해에는 선체를 인양했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태안 바다의 거친 물살과 차가운 갯벌은 역설적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보물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보물들이 미래의 소중한 문화, 관광 및 교육 자원으로 활발하게 활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줄 요약
- 마도5호선 목간 26점, 고려 운송 경로 복원
- 마도1호선과 필적·내용 일치, 같은 선단 추정
- 마도6호선서 경남 사천 출항 흔적 첫 확인
2026-11-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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