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태웠어, 새하얗게’… ‘내일의 죠’ 日만화가 지바 데쓰야 별세

‘불태웠어, 새하얗게’… ‘내일의 죠’ 日만화가 지바 데쓰야 별세

도쿄 명희진 기자
입력 2026-10-27 15:24
수정 2026-10-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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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의 죠’ 작가 지바 데쓰야 87세 별세
  •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도쿄 병원서 숨짐
  • 전쟁의 상처와 청춘의 열정 그린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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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데쓰야 공식 블로그 캡처
지바 데쓰야 공식 블로그 캡처


“불태웠어… 모두 불태웠어… 새하얗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링 위에 앉아 눈을 감은 소년. 일본 만화사에 길이 남은 이 장면을 그린 ‘내일의 죠’의 만화가 지바 데쓰야(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87세.

27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바는 지난 22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열풍! 검도불패’, ‘난봉꾼 마쓰타로’, ‘그린의 정복자’ 등 수많은 인기 만화를 남겼다. 이 가운데 1968년부터 1973년까지 연재된 권투 만화 ‘내일의 죠’는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가난한 소년 야부키 죠가 권투를 통해 성장하고 좌절하는 이야기는 당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죠의 라이벌인 리키이시 도루가 작품 속에서 숨지자 1970년 실제 장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1939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보냈다. 여섯 살이던 1945년 일본이 패전한 뒤 가족과 함께 귀국 과정에서 생사고비를 넘겼다. 당시 어린 동생들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준 경험은 만화가로서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17세이던 1956년 만화가로 데뷔했다.

어린 시절 겪은 전쟁의 참상은 평생 그의 작품을 관통했다. 고인은 만화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했으며, 말년에는 자전적 작품에 만주에서의 피란 경험을 담았다.

고인은 2021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살아남아 만화를 그리는 일이 내게 주어진 역할인 듯하다”며 “전쟁이 어떤 것인지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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