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넘은 석유 최고가격제… 정부, 출구전략 고민

7개월 넘은 석유 최고가격제… 정부, 출구전략 고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6-10-26 00:14
수정 2026-10-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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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손실 보전 5조 6497억원
가격 통제 풀면 서민들 부담 가중
연말까진 유지… “단계적 폐지를”

중동전쟁으로 치솟는 기름값을 안정시키려고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를 놓고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6개월을 목표로 했던 제도가 7개월을 넘기면서 재정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제도를 종료하면 물가가 확 오를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떤 출구 전략을 통해 제도 연착륙에 나설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선은 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지난 6월 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4개월간 가격을 동결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해제 조건으로 ▲중동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대 안착 등을 제시했다. 현재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제도 해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고가격제의 효과는 입증됐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0.8% 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평균 기름값은 ℓ당 휘발유 1850원대, 경유 184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은 2000원대 미만의 가격으로 주유하며 가계 부담을 덜고 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6개월 운영한다고 가정하고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으로 예비비 4조 2000억원을 편성했다. 이후 올해 4분기까지 연장될 것을 고려해 내년 예산안에 1조 4497억원을 반영했다. 손실 보전 예산이 총 5조 6497억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앞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최고가격제는 일시적으로 소비자 물가 억제 효과가 있지만, 오래 지속될수록 가격 구조가 왜곡되고 장기적으로 재정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당장 최고가격제를 해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9월 석유류 물가가 전년보다 14.8% 오른 데다 국제유가 상승분까지 반영되면 서민 부담이 확 늘어날 수 있다. ℓ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다시 20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 새로운 정상이 된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출구 전략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까진 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류 소비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난방비 폭탄’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며 휘발유 가격 상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생계형 연료인 경유는 2~3개월 유예, 서민 난방 연료인 등유는 내년 2월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줄 요약
  • 석유 최고가격제 7개월 장기화, 출구전략 고심
  • 물가 안정 효과 확인됐으나 재정 부담 급증
  • 연말까지 유지 가능성, 단계적 폐지 방안 거론
2026-10-26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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