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장 내 괴롭힘’ 벼랑 끝 내몰린 소방관…가해자 ‘경징계’ 가닥 논란

[단독]‘직장 내 괴롭힘’ 벼랑 끝 내몰린 소방관…가해자 ‘경징계’ 가닥 논란

반영윤 기자
입력 2026-03-04 11:51
수정 2026-03-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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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용된 소방관 김모(28)씨
동료의 지속된 모독·비하에 시달려
가해자들은 올초 경징계·경고 가닥
소방서 “이후 징계위 투명히 속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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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갑질 이미지. 서울신문 DB
직장내 갑질 이미지. 서울신문 DB


서울 동북권의 한 소방서에서 일하는 소방관 김모(28)씨가 직장 동료들의 지속된 인격모독과 외모 비하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건을 보고받은 소방서는 감찰 조사 끝에 가해자들을 경징계·경고 처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 소방사 시보로 임용된 김씨는 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임용 직후 코로나19에 걸린 김씨는 동료 소방관 A씨로부터 “코로나 숙주”라는 등 모욕성 발언 들었다. A씨는 이후에도 김씨를 두고 “얼굴이 보면 볼수록 못생겨지는 것 같다”, “살찐 걸 알면 좀 뺄 생각을 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갑상암 수술 뒤 회복 중이던 김씨에게 “암에 걸려 시집은 어떻게 가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2월 근무 중인 센터에서 로프 매듭법 훈련 중 ‘교수인의 매듭’을 김씨 목에 갖다 대며 위협하는 듯한 행위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인의 매듭은 당길수록 조이게 되고 쉽사리 풀 수 없어 김씨는 큰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또 다른 동료 B씨는 밥 먹을 시간에 일찍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를 “개XX”라고 부르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10분이 넘도록 욕설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참지 못한 김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가 남자 친구가 119에 신고하며 구조됐다. 김씨는 이후 내부 신고 제도인 레드휘슬에 3년여간 겪은 일을 알렸다. 김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현재 약물 치료를 병행한 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죽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건을 보고 받은 해당 소방서는 곧바로 감찰 조사에 착수했지만, 올해 1월 감찰처분심의회에서 A씨(경징계)와 B씨(경고)의 처분을 의결했다.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A씨의 외모 비하 표현 발언들을 두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가운데 3년여간 이어온 괴롭힘으로 김씨가 겪은 피해를 고려하면 너무 약한 징계 수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소방서의 징계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당초 감찰처분심의회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김씨가 A씨와 B씨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기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절차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감찰처분심의회는 여성 위원 2명을 포함한 법률·노무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징계 절차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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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장은 “소방서 차원에서 가해자의 낮은 처분 수위로 사건을 축소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며 “여성 위원이 포함됐다고 했지만, 감찰처분심의회 구성도 여성 단체 추천인을 포함하는 등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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