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자폭” 인사 野 혁신위원장 임명 소동

[사설] “천안함 자폭” 인사 野 혁신위원장 임명 소동

입력 2023-06-06 00:34
수정 2023-06-0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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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상화 기대 비웃는 대국민 도발
당의 불행 막기 위해서라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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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혁신위원장 인선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혁신위원장 인선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밖의 대표적 친명(친이재명)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과거 발언이 논란을 빚자 사퇴하는 소동이 어제 빚어졌다. 비명(비이재명)계 요구에 맞춰 당 쇄신을 위한 기구를 만든다고 했음에도 위원장 선정에서부터 이 대표의 본심이 드러났고 결국 역풍을 맞았다. 이 대표가 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이라는 인물은 ‘다른백년’이라는 사회단체의 명예이사장이라고 한다. 한데 그의 행적과 발언을 뜯어보면 국회 제1당의 혁신을 이끌 인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진원지는 미국이고, 천안함은 자폭한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반국가단체인 통진당의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이끌었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에도 적극 나선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삼겠다는 이 대표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이 대표는 임명 직후 그의 천안함 발언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미처 몰랐다”고 발을 뺐다. 만천하에 드러난 사실인데도 몰랐다면 대표로서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임명한 것이라면 당과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자신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에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김남국 의원의 코인 파동으로 당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당을 쇄신해 떠나가는 민심을 되돌리겠다며 추진하는 것이 혁신위 아닌가. 그런 마당에 극단적 망언을 일삼는 인사를 자신과 가깝다는 이유로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은 민심이나 당심이 어떻든 나는 오로지 나를 위한 내 길을 가겠다는 오불관언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혁신위원장 소동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당을 친명 강성 지지층이 더욱 득세하는 구도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비명계에 대한 선전포고다. 그리고 이는 그의 뜻과 달리 자신과 민주당 모두의 불행이 될 뿐이다. 당장 비명 진영의 반발로 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달 하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맞물려 내분 상태에 놓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친명·비명의 대립이야 민주당 집안싸움이라지만, 이 때문에 정당의 투명성을 강화할 기회를 날리고 정당 문화의 퇴행을 가속화한다면 국민의 비극이다. 입법권력을 거머쥔 제1 정당의 파행이 나라 살림에 미칠 주름도 걱정이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이끌려 하는지 이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2023-06-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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