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배 방해해 XX야” 막말이 난무한 부활절 집회

“왜 예배 방해해 XX야” 막말이 난무한 부활절 집회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4-10 07:09
수정 2023-04-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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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군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한 부활절 퍼레이드를 보고 달려들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홍윤기 기자
해병대 군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한 부활절 퍼레이드를 보고 달려들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홍윤기 기자
“야 대머리 너 이리 와봐! 네가 목사야? 이 XX야 왜 예배를 방해하냐고! 지나가려면 조용히 걸어가!”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한 날을 기념하는 부활절을 맞은 9일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개신교 단체들의 행사가 열렸다.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이 같은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었지만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이날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세종대로를 따라 걷는 ‘2023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140년 한국 기독교 역사에 처음 여는 행사로 한교총은 이번 퍼레이드를 향후 불교의 연등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키울 계획이다.

이날 56개팀의 약 4000명이 구약존, 신약존, 근현대존, 다음세대존 등으로 구분해 행진했다. 한교총 주요 관계자들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 부활절 퍼레이드를 축하하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교총 회장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는 “이번 부활절 퍼레이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화합과 하나됨을 위한 행진이었다”며 “편 가르기와 이권 다툼으로 나뉘고 갈라진 대한민국 사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낮아짐을 본받아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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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퍼레이드가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를 지나가는 모습. 류재민 기자
부활절 퍼레이드가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를 지나가는 모습. 류재민 기자
평화롭던 행진은 그러나 이날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전광훈 목사와 함께 개최한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 옆을 지나면서 갈등을 빚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한교연 측은 한교총의 퍼레이드가 자신들의 옆을 지나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곧바로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불렀다.

일부 흥분한 참가자는 마치 눈앞에서 적군을 만나 ‘돌격 앞으로’ 명령을 받은 것처럼 재빠르게 펜스를 뚫고 뛰쳐나와 퍼레이드 공격에 나섰다. 경찰의 빠른 제지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십자군 전쟁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들은 한교연 옆 펜스에 바짝 붙어 추가 충돌 방지에 나섰다.

한교총의 행렬이 이어지자 한교연은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어린애들 다 끌고 나와서 나라를 지키는 데 방해하느냐”, “야 이 XX야 떠들지 마”, “예배드리는데 북 치면 사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인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혼란한 와중에도 때마침 헌금 순서가 되자 “헌금합시다”라는 필수적인 당부는 잊지 않았다. 예배 참가자들은 남다른 신앙심과 애국심을 발휘해 아낌없이 헌금하며 ‘2023 한국교회 자유통일을 위한 부활절 연합예배’의 뜻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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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교연 연합예배 참가자들이 펜스 밖으로 나오는 상황을 재빠르게 수습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경찰이 한교연 연합예배 참가자들이 펜스 밖으로 나오는 상황을 재빠르게 수습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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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를 척결하라’는 문구를 들고 항의하는 한교연 연합예배 참가자. 류재민 기자
‘주사파를 척결하라’는 문구를 들고 항의하는 한교연 연합예배 참가자. 류재민 기자
퍼레이드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고 결국 평화롭게 행진하던 참가자들도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걸어가야 했다. 특히 학생들은 혹여 쳐다봤다가 시비에 휘말릴까 일부러 외면하며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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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높았던 상황은 한교총의 행렬이 연합예배 현장을 다 지나가면서 일단락됐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지나면서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고, 한교연의 연합예배가 열렸던 곳의 반대쪽 도로에서 못다 펼친 행사를 선보이며 부활절 퍼레이드의 의미를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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