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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 지지’ 월드컵 선수들에게 가족 감금·고문 협박”

“이란, ‘시위 지지’ 월드컵 선수들에게 가족 감금·고문 협박”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11-29 11:11
업데이트 2022-1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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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주 ‘침묵’ 행위 뒤 회의 소집
2차전 땐 이란 선수들 국가 따라불러

“이란, 경기 전 선수들에 차 선물 약속
…‘국가 침묵’ 뒤 가족 협박으로 선회”

가짜 응원 위한 연기자 수천명 투입 계획

이란 선수들이 25일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웨일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국가 연주를 따라 부르고 있다. 알라이얀 AP 연합뉴스
이란 선수들이 25일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웨일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국가 연주를 따라 부르고 있다.
알라이얀 AP 연합뉴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반정부 행위를 할 경우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28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미 CNN 보도에 따르면 한 보안 소식통은 이란 선수들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경기를 마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과의 회의에 소집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란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하기에 앞서 국가가 흘러나올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본국에서 진행 중인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소식통은 선수들이 앞으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로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행위를 보이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란 선수들은 지난 25일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에는 국가를 따라불렀다.
한 이란 여성이 자신의 얼굴에 이란 국기와 검은 피눈물을 그려 넣고 25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웨일스 대 이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 이란 여성이 자신의 얼굴에 이란 국기와 검은 피눈물을 그려 넣고 25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웨일스 대 이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이란의 보안 요원 활동을 관찰 중인 이 소식통은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 수십명이 차출돼 자국 선수들이 선수단 외부에서 활동하거나 외국인과 만나려는 시도 등 금지 사항을 어기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들이 선수들을 협박한 뒤 이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오간 대화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이란 당국이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에는 선수들에게 승용차 등 선물을 약속했으나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자 가족과 선수들을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란 정권이 웨일스와의 경기 때 팬들 사이에서 가짜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연기자 수백명을 투입했으며 미국과의 경기 때에는 연기자 투입 인원을 수천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이란과 미국과의 경기는 30일 오전 4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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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이란전 응원하는 관중. 2022.11.22 AP연합뉴스
잉글랜드 이란전 응원하는 관중. 2022.11.22 AP연합뉴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사회로 바뀐 뒤 가장 심각한 수준의 반정부 시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일부 이란 축구 선수들은 대표팀 탈락 위험에도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이란 국기에서 이슬람공화국 엠블럼 제거
미국, 이란 국기에서 이슬람공화국 엠블럼 제거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뜻에서 이란 국기에 포함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한 채 24시간 동안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원래 이란 국기 가운데엔 이슬람 공화국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포함돼 있다.
인스타그램·AP 연합뉴스
한편 이란 국영 매체는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자 이란 국기에 들어있는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해 최근 24시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것과 관련해, 미국을 올해 월드컵에서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자국 축구 대표팀의 이러한 행동과 관련해 사전에 조율한 바 없다고 CNN에 밝혔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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