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신문이 찾은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재래식 화장실. 이 화장실을 20대 캄보디아 여성 3명이 쓰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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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 농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 로이(31·가명)는 사업주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한 어떠한 안내도 듣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로이는 오는 13일 버스로 30분 거리인 개인 의원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백신 예약 방법을 안내 받은 건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인 커뮤니티인 ‘캄보디아협력공동체’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로이는 ‘백신 휴가’를 가지 못한다. 농장주에게 “일하지 않는 만큼 시급을 깎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 부작용이 심하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임금까지 못 받으면 더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가 한 태국인 미등록 노동자(42)에게 써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 및 시간 안내. 이 노동자는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다음달 13일 포천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맞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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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만난 사업주들은 미등록 외국인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었다. 한 농장주는 “월급제인 외국인들은 백신 휴가를 가도 임금을 안 깎지만 시급제로 계약한 외국인들만 깎는 것”이라면서 “코로나로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농번기 하루이틀 빠지는 건 큰 타격”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에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갔다가 만에 하나 추방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모습. 이 곳에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살았다. 환기시설이 없어 통풍이 잘 되지 않았고 햇볕도 들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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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제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 살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미등록 외국인은 임시관리번호를 부여 받은 뒤 여권과 신분증을 가지고 보건소에 가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면서 “추후에 접종 관련 데이터를 불법 체류 외국인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베트남인 외국인노동자가 애호박 줄기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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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접종에서 소외되면 K-방역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미등록 외국인들의 접종 가능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언어로 접종 방법을 홍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 숙소의 모습. 한낮인데도 햇볕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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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