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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없이 높은 백신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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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8-29 18:12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지난 27일 오후 서울신문이 찾은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재래식 화장실. 이 화장실을 20대 캄보디아 여성 3명이 쓰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지난 27일 오후 서울신문이 찾은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재래식 화장실. 이 화장실을 20대 캄보디아 여성 3명이 쓰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경기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3밀(밀집·밀접·밀폐)의 공간이었다. 검은 천막을 씌운 비닐하우스 아래 샌드위치 판넬 하나를 사이에 두고 20대 캄보디아 여성 3명이 살았다. 통풍은 잘 되지 않았고 환기시설도 없었다. 햇볕도 거의 들지 않았다. 마스크도 없었다. 공동화장실은 손 씻을 세면대도 없는 70년된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이 근처 농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 로이(31·가명)는 사업주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한 어떠한 안내도 듣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로이는 오는 13일 버스로 30분 거리인 개인 의원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백신 예약 방법을 안내 받은 건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인 커뮤니티인 ‘캄보디아협력공동체’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로이는 ‘백신 휴가’를 가지 못한다. 농장주에게 “일하지 않는 만큼 시급을 깎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 부작용이 심하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임금까지 못 받으면 더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가 한 태국인 미등록 노동자(42)에게 써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 및 시간 안내. 이 노동자는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다음달 13일 포천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맞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가 한 태국인 미등록 노동자(42)에게 써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 및 시간 안내. 이 노동자는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다음달 13일 포천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맞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경기도 화성시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네팔인 사가르마타(40·가명)는 취재진에게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는 “하루 빨리 백신을 맞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맞아야 하는지 몰랐고 사장도 말해주지 않았다”면서 “이 곳에 일하는 11명 중 6명의 미등록 외국인 동료 누구도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 5일 2교대 근무를 하는 그는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했다.

취재진과 만난 사업주들은 미등록 외국인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었다. 한 농장주는 “월급제인 외국인들은 백신 휴가를 가도 임금을 안 깎지만 시급제로 계약한 외국인들만 깎는 것”이라면서 “코로나로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농번기 하루이틀 빠지는 건 큰 타격”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에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갔다가 만에 하나 추방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모습. 이 곳에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살았다. 환기시설이 없어 통풍이 잘 되지 않았고 햇볕도 들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의 모습. 이 곳에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살았다. 환기시설이 없어 통풍이 잘 되지 않았고 햇볕도 들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였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한국에 사는 미등록 외국인 1.1%만이 지난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전체 미등록 외국인 39만 2496명 중 4398명이다. 이마저도 8월에 3603명이 집중돼 있고, 나머지 가장 많이 접종을 받은 3월은 358명에 그쳤다. 지난 24일까지 예약을 완료한 4만 546명을 합쳐도 11.4%에 불과해 우리나라 전체 백신 접종률(26.8%)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제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 살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미등록 외국인은 임시관리번호를 부여 받은 뒤 여권과 신분증을 가지고 보건소에 가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면서 “추후에 접종 관련 데이터를 불법 체류 외국인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베트남인 외국인노동자가 애호박 줄기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지난 27일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베트남인 외국인노동자가 애호박 줄기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들의 백신 접근성은 여전히 낮았다. 매우 짧고 한정된 시간에만 백신 접종이 가능했다. 포천시는 다음달 13일과 27일 격주 토요일에만 맞을 수 있고, 김포시는 지난 28일부터 토요일에만 맞을 수 있다. 수원시는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평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만, 화성시는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평일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만 접종을 한다고 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접종에서 소외되면 K-방역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미등록 외국인들의 접종 가능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언어로 접종 방법을 홍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 숙소의 모습. 한낮인데도 햇볕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 숙소의 모습. 한낮인데도 햇볕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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