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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의원, 북한은 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못 모셨나

태영호 의원, 북한은 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못 모셨나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1-08-19 21:03
업데이트 2021-08-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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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의원, 카자흐스탄의 홍 장군 유해 봉환을 두고 남북대결 양상이 벌어졌지만 북한 핵실험으로 고향 봉환이 불발됐다고 설명

독립군의 후손인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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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에 앞서 의장대로부터 유해를 덮었던 태극기를 전달받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에 앞서 의장대로부터 유해를 덮었던 태극기를 전달받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평양에서 태어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북한이 모셔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태 의원은 홍 장군이 광복 전까지 소련에서 여생을 보냈으므로 북한이 유해를 평양으로 모셔가자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김일성 시대 때 북한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일성은 자신의 항일 업적만 내세우기 위해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와 같은 독립 무장활동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도 일부 홍 장군을 좌익계 독립운동가로 평가하지만, 김일성은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는 아니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항일 독립투쟁의 중심으로 나선 김일성은 홍 장군 유해 봉환에 부담을 느꼈지만, 10여 년 전부터 우리 정부가 유해 봉환을 추진하자 갑자기 고향인 평양에 안치해야 한다고 북한이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카자흐스탄에 한반도가 통일되기 전에 장군의 유해를 고향이 아닌 한국으로 보내면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고 압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해 봉환을 둘러싼 남북 대결 양상은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카자흐스탄이 한국 편으로 기울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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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의장대가 홍범도 장군의 영정과 유해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의장대가 홍범도 장군의 영정과 유해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태 의원은 “북한은 2015년 말 카자흐스탄 수도에 대사관을 개설하겠다고 했으나 2016년 4차 핵실험으로 불허당했다”며 “2017년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 카자흐스탄은 북한과의 거의 모든 관계를 동결시켰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또 홍 장군의 유해를 모시고 있던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사회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고 태 의원은 지적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에는 독립군 후손들은 물론 8·15 광복 후 소련군과 함께 북한으로 들어가 공산정권 재건에 일조하고 6·25 전쟁까지 참전하였다가 50년대 말 김일성의 숙청을 피해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많아 좌익 성향이라도 김일성의 세습체제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이 독립하자 학교도 세우고 교사들도 파견하며 고려인 예술단도 평양에 초청했으나 전반적인 고려인 사회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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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 8. 18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태 의원은 한 세기가 지나서야 ‘나라가 해방되면 고국에 데려가라’라는 장군의 유언을 지켰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냉전의 대결 구도 속에서 너무나도 오랫동안 중앙아시아에 남아있는 독립군 후손들을 포함한 고려인들이 우리의 관심밖에 있었다”며 “이제는 그들이 조국인 한국에서 새로운 삶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것이 홍 장군 유언의 본질이라고 봤다.

한편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인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도 독립군 후예들인 고려인에게 간이 또는 속성 귀화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1937년 스탈린주의 정권으로부터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에서 ‘시민권’을 얻어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정말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면 유해 봉환이란 ‘스펙타클’에만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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