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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담배불을…성폭행 위협도” 미얀마 고문실은 생지옥

“가슴에 담배불을…성폭행 위협도” 미얀마 고문실은 생지옥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7-01 14:05
업데이트 2021-07-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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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후 첫 공개된 아웅산 수치 모습
쿠데타 후 첫 공개된 아웅산 수치 모습 아웅산 수치(맨 왼쪽) 미얀마 국가고문이 2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특별법정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직후 가택연금된 뒤 처음 공개되는 사진으로, 수치 고문이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할 때 항상 머리에 꽂았던 꽃이 사라진 모습이다.
네피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으로 추방된 미얀마 언론인
쿠데타 이후 군부 고문·폭행 폭로
“담배로 지지고 얼음에 발담그고”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잡아들인 시민 2000여명이 전날(6월30일) 석방됐다.

길게는 2월1일 쿠데타 이후 5개월 가까이 구금됐다. 이들 가운데 반군부 인사들이 체포된 뒤 심문 과정 및 교도소에서 어떻게 고문이나 폭행을 당했는지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미국 국적의 미얀마 언론인으로 군부에 체포돼 3개월간 구금됐다가 지난달 풀려나 미국으로 추방된 나탄 마웅(44) 카마윳 미디어 편집장은 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군경은 나흘 동안 잠도 안 재우고 물과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끊임없이 추궁했다”고 밝혔다.

마웅은 3월 9일 사무실에서 체포된 직후 동료 언론인 한 명과 함께 군 심문센터에 끌려갔다가 다시 한 가옥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 어깨 등을 치고 발로 차는 폭행이 이어졌다.

두 손으로 귀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눈을 가렸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안 뒤에는 미국에 어떻게 정보를 제공했는지 묻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두 달 동안 굳건하게 미얀마 군사세력에 맞서 싸우는 시위대원들이 부활절인 4일(현지시간) 양곤 집회 도중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면서 부활절 장식 달걀을 쥐어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부활절 달걀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곤 AP 연합뉴스
두 달 동안 굳건하게 미얀마 군사세력에 맞서 싸우는 시위대원들이 부활절인 4일(현지시간) 양곤 집회 도중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면서 부활절 장식 달걀을 쥐어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부활절 달걀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곤 AP 연합뉴스
“옷 벗긴 채 강간하겠다고 위협도” 끔찍한 경험
함께 잡혀간 동료 한타 녜인이 자신에게 전한 상황은 더 끔찍했다.

그들은 문민정부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관계자들의 연락처가 있을 것으로 보고 녜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기 위해 가슴에 담배를 비볐다.

커다란 얼음을 담은 물에 수 시간동안 발을 담그게 하기도 했고, 옷을 벗긴 채 강간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고문과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녜인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털어놓았다.

고문하던 군인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사진이 나오자 무슬림 여성들을 비하하는 저속한 표현까지 써가며 몹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갖은 폭행과 고문을 당한 뒤 마웅과 녜인은 2주 뒤인 3월 23일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 인근 한 감옥으로 이송됐다.

그곳에는 쿠데타 이후 체포된 정치범 2000여명이 수용돼 있었다. 약 80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다. 학생, 작가, 가수 등과 NLD 고위 인사들도 있었다. 매일 50~100명이 군 심문센터에서 교도소로 들어왔다.

부상한 이들은 그나마 나았지만, 부상이 없는 이들은 교도소에서도 고문 및 폭행에 시달렸다.

소 뉜 샨주(州) 재무장관은 50세가 넘었음에도 교도소 바닥 위에 쭈그려 앉은 채 잔인하게 두들겨 맞았다고 마웅은 밝혔다.

마웅은 “그들에게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며 “노정치인들로부터 30여년 전 구금 당시 군부에 의해 겪은 생지옥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와 같은 생지옥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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