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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스·메르스’ 주범 박쥐, 치명적 바이러스 39종 ‘저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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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6-17 03:10 과학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스위스 연구팀 서식 박쥐 18종 조사

23종은 감염능력 미확인 ‘정체불명’
대부분 큰 질병 유발하는 고위험군
인간 감염사례 확인 안 돼 더 긴장

시베리아와 스위스 등 유럽 중북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북방애기박쥐의 모습. 스위스 과학자들이 스위스 전역에 서식하는 박쥐 약 7000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수십종을 발견했다. 스위스 국립박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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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와 스위스 등 유럽 중북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북방애기박쥐의 모습. 스위스 과학자들이 스위스 전역에 서식하는 박쥐 약 7000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수십종을 발견했다.
스위스 국립박쥐재단 제공

코로나19는 2019년 말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돼 1년 반이 지나도록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최근 3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마무리되면서 최근에는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강화된 바이러스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의 시작과 경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야생 박쥐에서 출발해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옮겨졌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관박쥐.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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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관박쥐.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이런 가운데 스위스 취리히대 바이러스연구소, 취리히대 수의대 부설 특이반려동물·야생동물·일반동물병원, 취리히 기능성 게노믹스 연구센터, 스위스 국립박쥐재단 공동연구팀은 스위스에 서식하는 18종의 박쥐에게서 각기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 39종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들 대부분은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로 옮겨져 치명적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6월 17일자에 실렸다.

박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시킨 원인 동물로도 지목받고 있다.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수천 종의 바이러스를 몸속에 갖고 있는 이른바 ‘바이러스 저장고’이다. 이 바이러스들은 박쥐 몸속에 있을 때는 위험도가 낮을 수 있지만 중간숙주를 거치는 과정에서 변이되거나 독성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달될 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쥐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돼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거나 옮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일부 국가 박쥐들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스위스의 16곳에서 볼 수 있는 토종 박쥐 14종과 철새처럼 움직이는 외래 박쥐 4종, 7183마리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박쥐의 신체 장기와 배변 샘플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DNA와 R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이들 박쥐에는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 16종과 함께 아직 감염능력이나 감염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23종 등 총 39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알려진 박쥐의 몸속 바이러스를 분석하기 위해 분변과 신체장기 여러 부분에서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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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알려진 박쥐의 몸속 바이러스를 분석하기 위해 분변과 신체장기 여러 부분에서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제공

16종의 바이러스에는 가벼운 감기부터 독감, 코로나19를 일으킬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인후편도염, 가와사키병을 유발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 간염을 일으키는 헤페바이러스, 장염을 유발시키는 로타바이러스, 급성빈혈을 일으키는 파보바이러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스위스 토종 박쥐에게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유발시키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의 완벽한 유전자형도 발견됐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2~2015년에 스위스에서는 메르스 감염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토종박쥐에게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연구를 이끈 취리히대 바이러스연구소 코넬 프래펠 교수(실험바이러스학)는 “이번 박쥐의 바이러스 분석 연구는 박쥐에게서 다른 동물로 전염될 수 있는 고위험성 바이러스 보유 여부와 전파 과정, 변이 발생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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