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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보다 환경” 베네치아 시민 보트, 크루즈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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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6-07 01:04 유럽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관광 재개’ 웃지 못하는 베네치아

팬데믹 이후 17개월 만에 크루즈선 입항
주민·환경단체 “큰 배는 안 돼” 반대 시위
“오버투어리즘으로 자연환경 망가뜨려”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 위한 논의 커져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민들이 5일(현지시간) 베네치아를 떠나는 크루즈선 ‘MSC오케스트라’ 앞에서 이 크루즈선의 베네치아 석호(산호초 등에 의해 바깥 바다와 분리된 얕은 수역)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베네치아에 도착한 대형 크루즈선인 MSC오케스트라호를 필두로 대규모 관광객이 유입되는 오버투어리즘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크루즈선 입항을 반대하고 있다. 베네치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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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민들이 5일(현지시간) 베네치아를 떠나는 크루즈선 ‘MSC오케스트라’ 앞에서 이 크루즈선의 베네치아 석호(산호초 등에 의해 바깥 바다와 분리된 얕은 수역) 통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베네치아에 도착한 대형 크루즈선인 MSC오케스트라호를 필두로 대규모 관광객이 유입되는 오버투어리즘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크루즈선 입항을 반대하고 있다.
베네치아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주민을 몰아내고, 지구와 도시를 파괴하고, 오염을 일으키는 관광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교사 마르타 소토리바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베네치아에서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7개월 만에 대형 크루즈선이 운항을 재개하자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크루즈선 반대운동’에도 불이 붙었다. 수년간 ‘오버투어리즘’으로 파괴된 자연환경이 코로나 봉쇄 조치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일부 회복됐는데 최근 국경이 다시 개방되며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날 베네치아 주데카 운하에서 9만 2000t급 크루즈선 MSC 오케스트라호가 승객 650여명을 태우고 운항을 시작하자 지상에 있는 주민들과 환경운동가 수백명은 거센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소운하의 골목을 메운 작은 보트에 탄 시민들은 오케스트라호 주위를 맴돌며 “큰 배는 안 돼”(No Big Boats)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고 당장 운항을 중지하라고 외쳤다.

오버투어리즘, 즉 유명 관광지에서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한 자연환경과 원주민의 터전 파괴는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봉쇄 조치를 내리자 방문객의 발길이 끊겨 환경오염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코로나의 역설’로 불리며 불행 속 한 줄기 희망으로 꼽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관광 명소가 재개장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기쁘지는 않다”며 “여행자가 돌아오며 과밀과 오염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와이 하나우마 베이의 경우 원래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했는데, 이들의 몸에서 바다로 묻어나오는 자외선 차단제는 하루에만 약 187㎏에 달했다. 산호초 파괴나 야생동물 밀렵 문제 역시 심각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도 지난해 관광객이 급감하자 운하가 맑아지며 작은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이 관측됐는데, 대형 선박이 다시 운항을 시작하면 이런 모습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 환경 운동가들은 연간 2000만명 이상이 찾는 베네치아에서 대형 크루즈선은 취약한 지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대기오염까지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가수 믹 재거, 배우 틸다 스윈턴 등 문화계 인사들은 대형선박 관광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에 대한 논의도 커진다. 뉴질랜드에선 제트 보트에 쓰이는 연료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전기 보트 시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도 환경에 유해한 과잉 관광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항공사, 호텔 등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폐기물 관리에 앞장서는 등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6-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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