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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에겐 이야기가 있다”…당신이 몰랐던 ‘오스카 3관왕’ 프랜시스 맥도먼드 [김정화의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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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1-06 16:12 김정화의 WWW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11> 미국 배우·감독 프랜시스 맥도먼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 AFP 연합뉴스

▲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 AF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감독상에 작품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쓴 영화 ‘노매드랜드’였다.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와 함께 이를 만든 주역은 바로 프랜시스 맥도먼드. 맥도먼드는 도시의 쇠락으로 직장과 집, 남편까지 잃은 뒤 밴에 전재산을 싣고 떠돌이 생활하는 주인공 ‘펀’을 연기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97년 제69회 시상식에서 영화 ‘파고’로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맥도먼드는 2018년 제90회 시상식에서 영화 ‘쓰리 빌보드’로 두 번째 상을 받았고, 이번에 3번째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3회 이상 받은 배우는 그와 캐서린 헵번(4회), 메릴 스트립(이하 3회), 잉그리드 버그만뿐이다.


40년 연기 인생…“사람과의 교류를 원하는 배우”
2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는 영화 ‘노매드랜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와 클로이 자오 감독. LA 로이터 연합뉴스

▲ 2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는 영화 ‘노매드랜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와 클로이 자오 감독. LA 로이터 연합뉴스

195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맥도먼드의 출생 당시 이름은 신시아 앤 스미스였다. 그는 생후 18개월 무렵 목사 가정에 입양돼 프랜시스 맥도먼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목사라는 특성상 자주 이사를 다녔고, 베서니 칼리지와 예일대 드라마스쿨을 거쳐 영화와 연극계로 발을 디뎠다. 코엔 형제의 작품 ‘분노의 저격자(블러드 심플)’로 처음 영화에 데뷔했고, 현 남편인 조엘 코엔의 ‘아리조나 유괴 사건’ 등에서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

헐리우드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1996년작 파고다. 임신 중인 경찰서장 마지 건더슨 역을 맡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 붉은 피가 솟구치는 설원의 범죄 현장에서 냉정하지만 따스한 경찰을 연기한 그는 단번에 오스카를 매료시켰다.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고, 2018년 ‘쓰리 빌보드’에서 강간, 살해로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 헤이스로서 처절한 아픔을 연기하며 또 다시 세계를 매료시켰다.
영화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 영화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맥도먼드의 매력은 평범함이 주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는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맞지 않고, 볼이나 이마를 빵빵하게 만들어주는 필러도 쓰지 않는다. 레드카펫에서도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당당히 드러낸다. 배우지만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더 예쁘고, 더 어리고, 더 화려한 사람만이 주목받기 쉬운 헐리우드에서 이같은 행보는 기행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보다 강하다. 그는 2017년 뉴욕타임스(NYT)와의 특집 인터뷰에서 “스스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영화 ‘파고’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 영화 ‘파고’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맥도먼드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그들을 만지고, 본다. 여기에 진짜 ‘교류’가 있다”며 “나는 사진을 찍히고 싶어 배우가 된 게 아니다. 사람과의 소통을 원해 배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 켄 로치 감독과 함께 영화 ‘숨겨진 계략’을 제작한 영국 감독 레베카 오브라이언은 맥도먼드에 대해 “가장 덜 버릇없는(least spoiled) 미국 배우 중 한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맥도먼드가 얼마나 평범해질 수 있는가를 사랑한다”며 “그는 화장을 하지 않고, 그저 온전한 자신으로 연기한다”고 평했다.

오스카 주연상 3회…연극 토니·드라마 에미상까지
1996년 영화 ‘파고’에 출연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 1996년 영화 ‘파고’에 출연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연기는 풍부하고 진정성 있는 극 중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모두 언뜻 평범하지만 결코 구태의연하지 않다. 매번 틀에 박힌 여성상을 뛰어넘는다. 파고의 마지가 그랬고,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가 그랬다.

가디언은 “출산을 앞둔 경찰관 마지, 딸의 죽음을 슬퍼하며 경찰에 저항하는 엄마 밀드레드의 모습은 20년의 세월을 넘어 맥도먼드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두 역할”이라며 “둘 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자신감 있는 괴짜”라고 했다. 두 여성 모두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남성들에 비해 더 똑똑하고, 더 강하다.

이런 맥도먼드가 이번에 노매드랜드에서 완벽한 유목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NYT가 “노매드랜드는 대중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맥도먼드의 노력의 절정이었다”고 한 것처럼 그는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촬영하며 몇 개월간 실제 유랑자처럼 생활했고, 같이 지낸 유목민 대부분은 그가 배우라는 사실도 모를 정도였다. 극 중 주인공 이름 ‘펀’(Fern)조차 그의 이름 ‘프랜’(Fran)과 비슷하다.
영화 ‘노매드랜드’의 한 장면.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 영화 ‘노매드랜드’의 한 장면.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크고 작은 디테일 역시 맥도먼드의 실제 삶에서 가져왔다. 영화에서 펀은 접시 세트를 자랑하는데, 이는 맥도먼드의 아버지가 대학 졸업 선물로 사준 것이다. 펀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사람은 맥도먼드의 가장 오랜 친구 중 한명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비평가 저스틴 창은 영화 리뷰에서 “맥도먼드는 영화에서 펀의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펀에 의해 재발견되고, 펀 역시 맥도먼드에 의해 재발견된다”고 썼다.

“여성들이여, 연대를” 헐리우드 성차별 소신 발언도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있는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있는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울신문DB

헐리우드에 만연한 성차별을 깨뜨리기 위해 여성 배우로서의 목소리 역시 끊임없이 내고 있다. 그는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들에게 모두 연대해달라고 연설하며 업계 관계자들이 더 많은 여성 인재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상식장의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고, “서로 둘러보라. 우리에겐 모두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후 두 단어를 남겼다.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

‘포용 특약’이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남성 일색의 헐리우드 캐릭터가 실제 사회의 성별, 성 정체성, 인종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출연 계약 때 이 인클루전 라이더를 넣어 배우, 제작진에 여성과 성소수자, 흑인 등을 일종 비율로 포함시키자는 제안이다. 헐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오랜 성폭행 등에서 보듯, 업계의 남성중심적 관점을 깨기 위해선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2018년 우먼 인 필름(Women In Film·WIF)의 크리스탈 루시 어워드에서 ‘인클루전 라이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서울신문 DB

▲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2018년 우먼 인 필름(Women In Film·WIF)의 크리스탈 루시 어워드에서 ‘인클루전 라이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서울신문 DB

연기 인생의 초반에 큰 성과를 얻고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배우들도 있는 반면, 맥도먼드의 삶은 계속해서 성숙하고 발전한다. 그는 아카데미 외에도 브로드웨이 연극 ‘굿 피플’로 토니상을, HBO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로 에미상을 받았다. 영화, 연극, 드라마 등 세 분야에서 모두 상을 받은 ‘트리플 크라운 액팅’을 달성한 흔치 않은 배우다.

노매드랜드에서 그랬듯, 제작자로서의 역량도 보여주고 있다. 맥도먼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동명의 논픽션을 읽고 자오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한 장본인이다.
영화 ‘노매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왼쪽)과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 영화 ‘노매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왼쪽)과 프랜시스 맥도먼드. 서치라이트픽쳐스 제공

60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맥도먼드가 연기를 이어가는 건 스타라는 화려함에만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배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꾸준히 노력하며 어떤 이도 갖지 못한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칠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맥도먼드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구절을 인용해 밝힌 소감은 이 목표 의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내 말을 대신할 테니까.(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 우리는 그 칼이 우리 일이라는 걸 압니다. 나는 그 일을 좋아하죠. 그걸 알아줘서 감사합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누구 · Frances Louise McDormand
1957 미국 일리노이주 깁슨 출생
1975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 고등학교 졸업
1979 웨스버지니아주 베서니 칼리지에서 예술 학사
1982 예일대 드라마스쿨 예술 석사
1984 영화 ‘블러드 심플’(Blood Simple)로 데뷔
1987 영화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출연
1988 영화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 출연
1997 영화 ‘파고’(Fargo) 출연, 제69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2000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출연
2011 연극 ‘굿 피플’(Good People) 출연, 토니상 수상
2014 TV시리즈 ‘올리브 키터리지’(Olive Kitteridge) 제작·출연, 제67회 에미상 수상
2018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출연, 제9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2021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제작·출연,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영화 ‘노매드랜드’와 클로이 자오 감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우리는 존재한다” 아시아 여성 최초 골든글로브 감독상 자오의 말 [김정화의 WWW]
https://bit.ly/3nEbr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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