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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불법 주정차 잡는다… 안전무시 관행에 ‘변화의 실금’

내 손으로 불법 주정차 잡는다… 안전무시 관행에 ‘변화의 실금’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0-04-28 17:34
업데이트 2020-04-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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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2>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도입 1년

공무원 상시 단속 어려워 앱 신고받아
하루 평균 2027건… 횡단보도 55% 최다
국민 60% “신고제 효과 있다” 긍정적
과태료 부과 비율, 시행초 대비 3배 이상


올 상반기 어린이 보호구역도 추가 예정
“주차장 검색 등 인식 바꿔야 제도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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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횡단보도)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횡단보도)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저희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파리쫓기’라고 합니다.”

●‘파리쫓기’ 같은 불법주정차 단속 반복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4가역 7번 출구 앞. 서울시 교통지도과 강북지역대 김천수 대장이 길 한편을 가리키며 씁쓸하게 말했다.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물건을 나르는 용달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김 대장은 “몸에 앉은 파리들은 파리채를 들고 위협해도 그때뿐이고,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나. 불법 주정차 차량들도 단속 차량이 보이면 잠시 자리를 피할 뿐”이라며 불법 주정차 단속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실제 카메라 촬영이 가능한 단속 차량이 나타나자 어디에선가 모습을 드러낸 운전자들은 단속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며 슬쩍 차를 뺐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가 확인해 보니 도로 사정은 그대로였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파이낸스센터 앞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님을 기다리는 모범택시 속 기사들은 오히려 지나가는 단속차량을 운전석에서 멀뚱멀뚱 쳐다봤다. 택시 정류장을 벗어난 곳에 차를 주차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김 대장은 “단속 권한은 공무원에게만 부여되는데 이들만으로 상시적인 단속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 “그나마 지난해부터 정부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도입해서 공무원들의 업무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앞으로 공무원과 주민들이 양축이 돼서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본격 도입된 지 이번 달로 1년을 맞으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안전신문고’나 ‘생활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민 신고를 받고 있다. 4대 절대 금지 구역(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이 대상이다. 공무원은 주민들이 1분 간격으로 찍은 두 장의 사진을 확인해 조건을 충족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국적인 시행을 위해 행안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들과 회의를 8차례나 진행했다. 기존에 서울시처럼 자체적으로 주민신고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정책적인 효과가 분산됐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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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두꺼운 얼음장 같은 우리 사회의 안전 무시 관행에 변화의 실금이라도 만들어 보고자 전국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고 체계가 자리잡다 보니 위반자들이 ‘누가 신고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1년간 거둔 작은 성과”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접수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는 전국에서 총 75만 1951건(지난 21일 기준)에 달했다. 하루 평균 2027건꼴이다. 4대 금지구역 가운데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 관련 신고가 55.2%(41만 4944건)로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교차로 모퉁이 18.4%(13만 8630건), 버스정류소 14.1%(10만 6226건), 소화전 12.3%(9만 2151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신고 건수는 경기(19만 9122건)가 가장 많았고 인천(8만 815건), 서울(5만 5678건), 부산(4만 8777건), 경남(4만 3609건), 충북(4만 3375건), 대구(4만 2724건) 등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부과 비율이 시행 초기와 비교해 3배 이상이 된 것도 작은 성과다. 시행 첫째 주(지난해 4월 17~23일)에는 신고건 가운데 26.9%에 과태료가 부과되고 21.0%에는 주의에 해당하는 계고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 4월 15~21일에는 83.2%까지 과태료 부과율이 올라가고 계고 조치 비율은 4.4%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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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버스정류소 10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버스정류소 10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신고제를 뒤늦게 시행한 곳들이 있었는데, 시행 전에 들어온 신고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거나 계고 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제도가 정착되면서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신고제로 인해 불법 주정차 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행안부의 판단이다. 행안부가 지난 17~21일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불법 주정차 위험성 인식과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시행이 (불법 주정차 문제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3%가 ‘효과가 있다’(매우 효과 8.3%·어느 정도 효과 52.0%)고 응답했다. 지난해 하반기(11월 5~7일) 조사 당시 53.2%와 비교해 7.1%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또 4대 구역이 전체적으로 개선됐다는 응답도 지난해 조사 대비 2.5% 포인트(5.3%→7.8%) 많아졌다. ‘최근 1년 이내 불법 주정차를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0.9%에서 48.4%로 줄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통행 불편 경험’(89.3%→86.1%),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사고 및 위험 경험’(46.5%→39.8%) 등의 다른 설문을 봐도 주민들이 불법 주정차 문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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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앞 황색 복선·표지판 등 정비 계획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대상에 ‘어린이 보호구역’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지자체가 사진 촬영 시 어린이 보호구역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전국의 어린이 보호구역 중 초등학교 앞부터 정비를 하고 있다.

전국에 어린이 보호구역은 2018년 기준 모두 1만 6765곳인데 이 중 초등학교가 6146곳으로 36.6%를 차지한다. 사고 건수 역시 311건(총사고 건수 435건)으로 초등학교 앞에서 가장 많았다. 우선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 불법 주정차가 안 된다는 표시의 황색 복선을 긋고, 30㎞ 주정차 표시판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도로 위의 선이나 보호구역 표지판 등이 차량과 함께 나오도록 사진을 찍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것”이라면서 “아이를 등하교시키는 학부모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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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소화전 주변 5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주민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구역 중 특히 인명피해 우려가 큰 곳들이다. 사진은 실제 위반 사례(소화전 주변 5m 이내)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국민들도 어린이 보호구역을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에 대해 76.2%가 ‘찬성’(매우 찬성 31.4%·어느 정도 찬성 44.8%)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했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 이외 주민신고제 대상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69.2%가 ‘필요’(매우 필요 31.0%·어느 정도 필요 38.2%)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행안부는 주민신고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더이상의 대상 확대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주민들의 역할이 단속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업무를 모두 시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대상만이라도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이 행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신고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주민들의 많은 참여가 필수이고, 불법 주정차를 하는 사람들도 외부에 나갈 때 주차장을 항상 검색하는 등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불법 주정차 근절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제도 정착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4-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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