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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일만에 찾은 ‘작은 행복’...밖으로 나온 스페인 아이들

40여일만에 찾은 ‘작은 행복’...밖으로 나온 스페인 아이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4-27 13:36
업데이트 2020-04-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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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로나19 봉쇄완화 조치로 첫 어린이 외출 허가
6주만에 나온 가족들 기쁨 누려...코로나 확산세는 진정
6주만에 밖에 나온 스페인 아이-로이터 연합뉴스
6주만에 밖에 나온 스페인 아이-로이터 연합뉴스
“와, 개미 좀 봐!”

40여일만에 집 밖을 나온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곤충을 본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아무리 많은 세상을 접했더라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에는 비교할 수 없었다. 6주전 코로나19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뒤 처음으로 어린이들의 외출이 허용된 26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는 자유롭게 맨땅을 밟을 수 있는 것조차 얼마나 소중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외출 허가는 스페인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일일 신규 사망자 수는 288명으로, 5주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출이 허용된 14세 이하 아동들은 부모 중 한명과 동행하는 경우에만 하루 한 차례, 거주지에서 반경 1㎞까지만 외출을 할 수 있다. 당국은 아이들끼리 서로 놀지 않도록 하고, 또 외출 전후로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페인 국민들은 ‘절반의 자유’에도 행복을 느꼈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구스타보 타피아는 AP통신에 “아이들이 예전에 익숙했던 것들을 다시 보고 너무 기뻐했다”면서 “신호등을 보고 ‘녹색이다’라고 외치고, 개미와 다른 곤충들을 보며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타피아의 아내 역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지) 벌써 6주가 지났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공원과 학교는 여전히 폐쇄돼 아이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10세 소년 알베르토는 “빨리 이동제한령이 풀려서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6주만에 밖에 나온 아이들-로이터 연합뉴스
6주만에 밖에 나온 아이들-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부모가 함께 나온 가족의 경우 경찰의 단속으로 보호자 한 명은 귀가조치되기도 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경찰은 AP에 “가족끼리 최소 1미터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일부가 지키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던 국가로 꼽혔던 스페인은 다음 주말부터 개인 운동을 목적으로 한 성인의 외출을 허용하는 등 이번 외출 허가를 시작으로 단계적 완화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스페인 당국은 28일쯤 구체적인 완화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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