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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류에 새로운 ‘정보 비상사태’ 초래했다

코로나19, 인류에 새로운 ‘정보 비상사태’ 초래했다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4-06 17:03
업데이트 2020-04-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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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대란’ 벌어진 도쿄 유통업계
‘화장지 대란’ 벌어진 도쿄 유통업계 1일 일본 도쿄의 한 마트를 찾은 여성 고객이 비어 있는 화장지 매대 앞을 지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화장지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글이 나돌면서 도쿄 지역 곳곳의 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화장지 사재기 비람이 불었다. 도쿄 AFP=연합뉴스
“미지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정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새로운 비상사태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에서 화장지, 미용티슈, 키친타올 등 펄프로 만들어진 제품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촉발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인터넷에 올려진 무수한 ‘진짜정보’들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선의의 정보가 인류를 농락하다’라는 특집기사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인류가 ‘데이터의 세기’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겪는 팬데믹 현상”이라면서 “직접적인 바이러스 감염 피해뿐만 아니라 거짓정보의 확산에 의한 차별, 매점매석과 인공지능(AI) 오작동에 따른 주가불안 등 데이터에 의해 2차 피해가 증폭되는 정보 팬데믹이 인류를 농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토마츠 컨설팅의 시산에 따르면 전세계의 ‘정보 확산력’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했을 당시의 68배에 이른다. 그 중심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있다. 사스 때에는 1대1 전달을 기본으로 하는 이메일이 중심이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초 1개의 잘못된 정보에 의해 시중에서 화장지가 사라지게 된 과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지난 2월 말 전국 상점에서 화장지가 일제히 사라졌다. 이 현상은 왜 일어났는가. 도쿄대학과 데이터분석회사 핫링크,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공동분석 결과 의외의 ‘범인’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수입이 안돼 품절된다.’ 대란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은 2월 27일 오전 트위터에 올라온 단 1개의 가짜정보.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리트윗은 단 1건으로 거의 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 후 흐름이 바뀌었다. “화장지는 대부분 국산이다”, “침착해라” 등 선의의 게시글들이 확산되면서 트위터의 화제 키워드 상위에 올랐다. 27~28일 이틀 동안 당초의 거짓정보를 부정하는 선의의 게시물 리트윗은 총 32만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시에 생활필수품의 품귀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성 게시물도 급증했다. 이 글들이 뉴스 사이트에 도배되면서 전국 규모의 혼란으로 발전했다. 가짜정보를 없애려는 개인들의 게시물들이 반대로 물품 부족을 연상시킨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의 SNS에 중국 음식점이 불타는 가짜 동영상이 퍼진 것, 대만에서 ‘병원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트윗이 퍼지면서 병원이 군중들에게 포위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 등도 사례로 들었다.

하시모토 요시아키 도쿄여대 교수는 “인간은 정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바뀐다”면서 “데이터 이코노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과잉은 이제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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