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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캠핑카 격리… 번뜩인 코로나 방지 아이디어

구급대원 캠핑카 격리… 번뜩인 코로나 방지 아이디어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0-03-16 23:16
업데이트 2020-03-1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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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후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급팀장

의심환자 이송업무 중 감염 위험 노출
소방서 앞 캠핑카·캐러밴 ‘감염관찰실’
차 안에서 검사 결과 기다리며 자가격리
서울·인천 17곳 시행… 감염병 예방 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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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밴 아이디어로 코로나 19 감염방지에 일조한 김채후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급팀장이 16일 자신의 근무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채후 팀장 제공
캐러밴 아이디어로 코로나 19 감염방지에 일조한 김채후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급팀장이 16일 자신의 근무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채후 팀장 제공
24시간 긴장감이 흐르는 소방서 앞에 주차된 여행 캠핑카와 캐러밴(이동형 주택). 코로나19 확산으로 캠핑카와 캐러밴이 소방서의 ‘감염관찰실’로 변신했다. 소방관들은 코로나19 환자 이송업무 중 의도치 않게 의심환자를 만나면 관찰실에 셀프 격리돼 검체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현재 ‘감염관찰실’로 캠핑카와 캐러밴을 활용하는 소방서가 서울·인천 지역 17개서에 이른다.

16일 캐러밴 아이디어로 코로나 19 감염 방지에 일조한 김채후(48)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급팀장은 “코로나19 환자 이송 업무를 하다 보니 ‘우리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의심환자 접촉 후에 집이나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고민이 됐다”면서 “개인적으로 평소에 캠핑 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캐러밴이 번뜩 머릿속을 스쳤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김 팀장의 한 지인은 ‘온 나라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뛰는데 나도 보탬이 되겠다’며 캐러밴 일일 대여료를 3분의1로 낮춰 주는 등 선뜻 돕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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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관악소방서 앞에 위치한 3인 1실 감염관찰실로 이용 중인 캠핑카의 모습. 소방청 제공
16일 서울 관악소방서 앞에 위치한 3인 1실 감염관찰실로 이용 중인 캠핑카의 모습.
소방청 제공
소방관들은 평소에 코로나19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전신 보호복인 레벨 D 보호복을 입고 출동한다. 문제는 일반 신고인 줄 알고 현장에 갔다가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경우다. 김 팀장은 “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했을 때 예를 들어 환자의 주 증상이 골절이나 심정지였는데 출동을 해 보면 고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고글이나 마스크 등 기본적인 장비는 착용하지만 혹시나 노출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검체 검사를 하고 바로 관찰실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혹여나 감염 매개체가 될까 두려움에 떨던 동료들의 반응도 좋다. 김 팀장은 “직원들이 출동을 나가서 (자신도 모르게) 감염이 되고 직원, 시민, 가족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는데 잠시라도 머물 곳이 생겨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보통 하루 정도 머무는데 한곳에서 먹고 씻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인천소방본부의 협조를 얻어서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심리상담도 함께 진행 중이다. 25년간 화재·구조·구급 현장과 본부를 오가며 많은 경험을 한 그에게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더 특수한 상황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현장에서 소규모 식당이나 학원 등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소방관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3-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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