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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13 17:27
업데이트 2020-01-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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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국경선 넘던 지난해 10월 칼라프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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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오른쪽). BBC 캡처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오른쪽). BBC 캡처
시리아의 유명한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34)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가 지원하는 무장세력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한 며칠 후인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 칼라프는 차에서 끌려나와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세력인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무장세력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칼라프는 시리아에서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겠다는 목표로 미래시리아당(FSP) 창당을 도왔던 쿠르드 여성 정치인이라고 미국 대중문화 매체 롤링스톤이 전했다.

터키 지원 무장세력, 처형 모습 영상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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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2일(현지시간) 살해된 시리아 쿠르드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습격을 받은 직후의 차량 모습. BBC캡처
2019년 10월 12일(현지시간) 살해된 시리아 쿠르드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습격을 받은 직후의 차량 모습. BBC캡처
칼라프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알하사카에서 자신의 도요타 SUV를 타고 출발, M4 고속도로를 따라 정치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장악한 최대 도시인 라카로 향했다. 이날은 또 터키군이 시리아국가군(SNA)의 안내를 받으며 국경을 넘었다. SNA는 2019년 조직된 반군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리아 정부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SNA의 한 무장세력인 아흐라르 가 ‘그날 일’을 텔레그램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오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시리아 북부 고속도로 옆에서 한 사람이 처형당하는 모습의 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위성사진으로 주변 지형과 물체들을 판독한 결과 동영상이 촬영된 곳은 티르와지야 검문소와 일치했다. 이때는 터키군은 에르도안의 명령에 따라 시리아 국경선에서 30km를 더 침입해 들어와 쿠르드족을 쫓아내는 등 ‘청소’를 하던 시기였다.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차량을 타고 이동했던 경로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빨간 둥근원). BBC캡처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차량을 타고 이동했던 경로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빨간 둥근원). BBC캡처
동영상을 보면 차량은 왼쪽에 총탄 자국이 가득하고 타이어는 터져나갔다. 그러나 칼라프가 앉는 자리 창문은 방탄 처리가 되어서 내부가 멀쩡했다.

아흐라르 알샤키야는 BBC 아랍뉴스에 “다수의 전사들이 그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 있었다”며 “그들이 차량을 향한 사격이 있었고, 이를 중지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은 “칼라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그녀가 어떻게 피살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터키 지원세력이 올린 동영상, 범행 장소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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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탄 차량에 대한 동영상과 현지 지형을 비교한 결과이다. BBC캡처
시라아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가 탄 차량에 대한 동영상과 현지 지형을 비교한 결과이다. BBC캡처
동영상에는 차량 옆에 피를 흘리는 운전사 파르하드 라마단의 모습도 보인다. 이때 차 안에서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BBC가 “그 목소리를 증폭했고, 이 목소리를 칼라파의 어머니 수아드 모함메드에게 들려주니 ‘이건 칼라파의 목소리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고 설명했다.

BBC가 아흐라르 알샤르키야가 올린 동영상과 증거를 분석한 결과 칼리프의 차량 주변에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이 몰려있다.

목격자인 현지 농부는 “오전 7시 30분쯤 검문소 점거할 때 옆을 지나갔다. 시체들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여자 시신이 차에서 5m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얼굴은 완전히 뭉개졌고, 다리는 부러진 듯 정말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며 “보복 당할까봐 현지 주민들은 차량에 있는 시신을 옮기는 것을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서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BBC “칼라프, 처형당해”… ‘터키 세력’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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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쿠르드독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왼쪽 두번재)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 BBC캡처
시리아 쿠르드독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왼쪽 두번재)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 BBC캡처
칼라프의 시신은 이날 낮 12시쯤 다른 3명의 시신은 함께 시리아 북부 말리키야 군병원으로 운송되었다. 병원의 의료 보고서 따르면 칼라파는 20발 이상 총상을 입었고, 두 다리는 심한 물리적 가격으로 부러져 있었다.

의료 보고서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칼라프는 차에서 살아있는 채로 끌려 나왔고, 말을 하는 것으로 미뤄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었지만 물리적 공격을 받았고, 차량 바깥에서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에 의해 처형되었다고 BBC가 결론지었다. 이는 사실상 전쟁 범죄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그날 M4도로를 막은 그룹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칼라프의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다시 말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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