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클림트의 794억원 작품 23년 만에 찾았는데 ‘등잔밑’에

입력 : ㅣ 수정 : 2019-12-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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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프의 ‘여인의 초상’이 11일 도난 당한 지 거의 23년 만에 되찾아 도둑 맞았던 이탈리아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두 정복 경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언론에 미리 공개되고 있다. 피아센차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 구스타프 클림프의 ‘여인의 초상’이 11일 도난 당한 지 거의 23년 만에 되찾아 도둑 맞았던 이탈리아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두 정복 경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언론에 미리 공개되고 있다.
피아센차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이탈리아 경찰이 11일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의 담장 천장널 안에 있던 검정색 가방 속에서 거의 23년 전에 사라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인의 초상’을 발견한 경위를 정원사로부터 설명 듣고 있다. 피아센차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 이탈리아 경찰이 11일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의 담장 천장널 안에 있던 검정색 가방 속에서 거의 23년 전에 사라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인의 초상’을 발견한 경위를 정원사로부터 설명 듣고 있다.
피아센차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도둑 맞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2년)의 ‘여인의 초상’이 거의 23년 만에 돌아왔다. 진품인지 여부는 더 확인해야 하는데 진품이면 6000만 유로(약 794억 5900만원)의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어떻게 명작을 되찾았을까? 조금은 어이 없다. 문제의 작품이 전시돼 있던 갤러리 담장의 덩굴을 치우던 정원사가 철제 천장널 속에 검정색 가방이 있는 것을 꺼내서 열어보니 그림이 들어 있었다고 영국 BBC가 11일 전했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수사나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나중에 찾아가려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숨겨놓았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인부는 처음에 이 검정색 가방이 그저 쓰레기를 담은 것인 줄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1997년 2월 22일 절도범들은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갤러리에 진입하고 나중에 지붕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채광창은 너무 작아 작품을 갖고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붕 위에는 이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빈 액자만 놓여 있어서 지금까지 범인들이 그림만 들고 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 뒤 23년이 다 되도록 도난범이나 그림에 관한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시모 페라리 갤러리 관장은 진품이 확실하다고 믿는데 그림 뒷면의 스탬프와 접착 왁스가 진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현지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 돌아온 것은 최고의 성탄 선물”이라고 기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클림트가 이 작품을 그린 것은 죽음을 얼마 앞둔 1916~17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리파를 창설해 급진적인 화단 개혁을 주도하던 그는 원래 성적으로 도발적인 여인에 집착하는 그림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도난당하기 열달 전 이 작품과 갤러리 도록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18세 미술 학도 클라우디아 마가는 같은 제목의 다른 그림이 1912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마지막으로 눈에 띈 뒤 사라졌는데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구도가 완전히 판박이란 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그림 밑에 사라진 그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고, 다음날 달려가 당시 갤러리 관장을 설득해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했더니 과연 그대로였다.

 클림트는 빈의 소녀가 갑작스럽게 죽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자 그 위에 숙녀의 얼굴을 그린 것이었다.

 마가의 발견이 화제가 되면서 이 그림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마가는 이듬해 한 지역신문 기자가 찾아와 그림을 훔쳐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내 클림트 그림이 도둑맞았다고요?”라고 물었다고 돌아봤다. 그녀의 발견이 도둑들의 시선을 끌어 절도로 이어졌다고 추론해볼 수 있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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