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단계는 맞는 말” “자연스러운 행동 아냐”… 전문가도 갑론을박

입력 : ㅣ 수정 : 2019-12-0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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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어린이집 성추행 논란 진단해보니
“성의식 없어… 가해자 낙인 말고 교육을”
“아동은 다르다는 근거 없어… 피해 축소”
“아동들에게 트라우마 남지 않는게 우선…피해아동 안정 돕고 가해아동도 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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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나 ‘스포트라이트’는 아동성폭력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지 생생히 전해준다. 반대로 덴마크 영화 ‘더헌트’는 오해와 확증편향에서 시작한 아동성폭력 가해자라는 낙인이 초래한 갈등과 상처를 다룬다. 아동상담·아동심리 전문가들이 최근 불거진 아동성폭력 사건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대응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또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했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남 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는 질의를 받은 박 장관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는데 과도하게 표현될 때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2차 가해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초래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식사과까지 했다.

박 장관의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신체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 등은 엄연히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아직 성에 대한 인지능력도 없는 아동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원은 3일 “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할 때 어른들과 다르다고 했지만 정작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축소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도 “아동이 자위행위를 하거나 다른 아이들의 몸을 조금 만질 수는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남자아이들이 선생님이 못 보게 막고 신체 주요 부위에 손을 넣은 행위 등은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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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박 장관의 말이 표현이 거칠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발달 단계’라는 점은 일리가 있다”면서 “만 5~6세는 모든 관심이 자신과 타인의 성기에 집중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인과 달리 아동은 성의식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가해자, 피해자로 나누는 건 옳지 않다”면서 “현장에서는 이미 이런 발달과정에 대응해서 낙인찍는 대신 제대로 아이들을 교육하자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 너무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얘기하면 안 된다. 피해자가 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네 책임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에 대해서도 너무 가해자로 접근하면 오히려 숨어버릴 수 있다. 굉장히 나쁜 일이긴 하지만 폭력 사건의 가해자인 것처럼 접근하면, 즉 행위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숨어 버릴 수 있다. 이 아이도 처벌 대상만은 아니고 치료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아동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인데 일이 너무 커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탁틴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일단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빨리 안정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한데, 내사에 착수하고 조사를 하게 되면 아동들은 생각하기 싫은 걸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래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타인을 배려하는, 체계적인 예방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컸다. 장영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수영복 입은 남녀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영복 입은 부위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12-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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