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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육군 부사관’ 충원에 비상이 걸렸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육군 부사관’ 충원에 비상이 걸렸나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11-24 04:35
업데이트 2021-05-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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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탓’만 하는 정부…시급한 과제는 ‘처우 개선’

육군 하사 충원율 지난해 72.8%로 추락
휴일수당 없고 격오지 생활…청년들 외면
후보생 월급, 최저임금 30% ‘용돈’ 수준
수당 많은 해군 하사 충원율은 101.7%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대원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6.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훈련장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육군 아크부대 대원들이 대테러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18.6.2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군의 ‘허리’로 통하는 ‘부사관’ 육성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는 지난 6일 2022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여기에는 ‘하사’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상사’를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1962년부터 57년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아 ‘철옹성’으로 불렸던 부사관 임용 연령 제한을 27세에서 29세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국방부가 올해 8월 발표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병사 38만 1000명, 간부(장교·부사관) 19만 8000명인 병력구조는 2024년 말 병사 29만 8000명, 간부 20만 2000명으로 전환됩니다.

앞으로 부사관을 더 많이 뽑아야 할 상황인데 하사 정원 유지가 어렵다보니 장기복무자(중·상사)를 늘려 부사관 전체 정원을 안정화하겠다는 겁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법을 추진하는 걸까.

24일 국방부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 하사 충원율은 2014년 90.9%에서 지난해 72.8%로 불과 5년 만에 무려 18.1%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해병대 하사도 2015년 충원율이 95.1%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77.7%를 기록해 마찬가지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군은 육·해·공군 하사 6500명을 뽑으려 했지만 80% 수준인 5200명밖에 충원하지 못했는데, 그 중심에 육군 하사가 있었습니다.

●“돈 없다” 수당 깎아놓고 13년만에 회복

정부는 ‘병역 자원 감소’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시했지만 숨겨진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취업난에도 육군 부사관 정원 충원율은 계속 악화하고 있으며, 인구 감소만으로는 완벽히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숨겨진 다른 이유는 바로 ‘열악한 처우’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기복무 부사관, 즉 하사 임용자에게 지급하는 ‘부사관 장려수당’입니다. 부사관 장려수당은 2006년 500만원이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07년 382만원, 2008년 250만원으로 연속 삭감됐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같은 금액으로 유지되다가 올해 들어서야 겨우 5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정부는 장려수당을 100% 인상했다고 했지만, 무려 13년 전 수준으로 겨우 회복한 것이어서 ‘인상’이라는 표현이 무색합니다.
27일 오후 경기 광주 육군 특수전교육단에서 열린 특전부사관 217기 임관식에서 신임 하사들이 조국을 위한 특수임무 수행을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8.27 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 광주 육군 특수전교육단에서 열린 특전부사관 217기 임관식에서 신임 하사들이 조국을 위한 특수임무 수행을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8.27 연합뉴스
하사 임용자는 훈련소에서도 열악한 처우에 시달립니다. 부사관 후보생은 정식 부사관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품위유지비’ 수준의 생활비만 받습니다.

부사관은 군 미필자의 경우 훈련소 5주, 부사관학교 16주 등 21주, 예비역은 16주의 훈련기간을 거칩니다. 4~5개월의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그런데 이들 부사관 후보생 월급은 올해 40만 5700원, 내년 54만 900원입니다. ‘병장’과 대우가 똑같습니다. 참고로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179만 5310원입니다.

후보생 월급은 정확하게 내년 최저임금의 ‘30%’입니다. 내년 부사관 1호봉 임금은 ‘162만원’으로 역시 최저임금에 미달합니다. 육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돼 초급 간부 획득 여건이 악화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부사관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박한 대우를 받고 있고, 여러 해 지켜본 결과 군과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왜 해·공군 하사 충원율은 100%일까

물론 군인은 ‘수당’이 있기 때문에 근무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긴 합니다. 전방 근무 부사관에게 지급하는 ‘장려수당 8호’ 규정에 따르면 부사관 3년차 이상부터 근속 연수에 따라 월 5만~7만원씩 더 주던 가산금을 내년 8만~10만원으로 인상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유인책으로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청년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요. 부사관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야근수당’과 ‘휴일수당’이 없고 ‘시간외 수당’만 있습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직장’도 아닙니다. 낡은 관사를 받지만 수시로 이사 다닐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심각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육군 하사 임용 경쟁률은 3.6대1(2017년)로, 경찰 순경(31.9대1), 9급 공무원(42대1)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3.6대1도 적지 않은 경쟁률로 보이지만, 단기 복무만 하고 군복을 벗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육군 하사는 늘 인력부족 상태입니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18.5.16 연합뉴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18.5.16 연합뉴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해군과 공군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공군 하사 충원율은 2014년 98.5%에서 2017년 107.4%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지난해 101.7%로 낮아지긴 했지만 2015년부터 해마다 100%를 넘기고 있습니다. 해군 하사 충원율도 2014년 100.5%에서 지난해 97.1%로 소폭 낮아졌지만 100%에 가깝습니다. 해군 하사 임용 경쟁률은 6대1, 공군 하사는 10대1로 육군보다 훨씬 높습니다.

해군 부사관은 함정 근무 특성상 ‘수당’이 많습니다. 공군 부사관은 관련 업계 재취업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육군 부사관은 ‘격오지 근무비율’이 일반 공무원의 5배 수준인 30%에 이르고 훈련량이 많은 단점이 더 많이 부각됩니다.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단순히 ‘인구 탓’만 하다가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인력 수급환경이 계속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육군은 지난해 처음으로 10년 이상 복무를 보장하는 ‘장기복무 부사관’ 모집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8.5대1에 이르렀습니다.

●‘장기복무 부사관’ 보라…해법은 처우 개선

이전까지는 남성은 4년, 여성은 3년간 복무한 뒤 장기복무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일반 부사관’만 선발했습니다. 새로 도입한 장기복무 부사관은 7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면 본인 의사에 따라 장기복무가 가능해집니다.

복무기간 보장 만으로도 경쟁률이 2배 이상 상승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중·상사 비중 늘리기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도였지만,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는 훨씬 큰 문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부는 부사관 임용연령 제한을 27세에서 29세로 찔금 늘리기로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자료를 냈습니다. 그러나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은 이미 연령제한이 40세입니다. 군인은 20대 청년만 시작할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루하고 경직된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문 열어 놓고 ‘들어오라’고 한다고 저절로 우수 자원이 굴러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열심히 홍보한 ‘유급지원병’ 제도도 올해 5월 기준 운용률이 63.1%에 그쳤습니다. 지난해는 45.2%에 불과했는데 그나마 처우를 개선해 인력을 더 확보한 겁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면 몸값이 높아집니다. 그만큼 대우를 높여야 합니다. 정치권과 정부도 이런 점을 아예 모르진 않겠지요. ‘인구 탓’ 대신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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