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이 마른 이탈리아 중국에 4개 항구 팔아넘겨

입력 : ㅣ 수정 : 2019-03-2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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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가 트리에스테 항구 등 4개 항구를 개방해 중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사진은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19일 로마 이탈리아 상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로마 EPA 연합뉴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가 트리에스테 항구 등 4개 항구를 개방해 중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사진은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19일 로마 이탈리아 상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로마 EPA 연합뉴스

돈이 궁한 이탈리아가 결국 중국에 두 손을 벌리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가 당초 예상됐던 트리에스테 항구 이외에 추가로 3개 항구를 더 개방해 중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트리에스테 항구 이외에도 라베나 항구, 제노아 항구, 팔레르모 항구를 중국에 제공한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접경 지역에 있는 트리에스테항은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집중 공략 지역인 중·동부 유럽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중국이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에스테항에는 중국 국유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그룹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최대 항구도시인 북서부 제노바항은 이미 중국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허가를 이탈리아 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 파트너는 중국 거대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공사이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항구도시 팔레르모항은 중국 해운사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 아드리아해에 접한 라벤나항에 대한 투자 역시 이탈리아와 중국의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체결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21일~24일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하는 시 주석은 팔레르모 항구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이때 두 나라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MOU에는 두 나라가 도로와 철도, 교량, 민간항공, 항만, 에너지, 통신 등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대일로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한 나라는 124개 국가로 늘어난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에 항구 운영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항구 운영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SCMP는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탈리아가 중국에 내준 항구들이 장기적으로 상업적 목적을 넘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유럽의 여러 항구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국유 해운기업 중국원양해운(COSCO)그룹은 2016년 그리스 최대 항구이자 해운산업 중심지인 피레우프스 항구의 지분 67%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같은 해 중국원양해운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유로맥스의 지분 35%를 인수했다. 중국 기업은 벨기에 앤트워프 항만 지분 20%도 확보했으며, 독일 함부르크항에는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이탈리아의 4개 항구 개방 움직임이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지만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콘테 총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 데 있어 상업적 투명성을 지키고 국가안보와 관련한 유럽의 기본 틀과 원칙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협력은 유로-대서양 협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는 트리에스테항이 유럽의 싱가포르 또는 홍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친중(親中)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이탈리아 경제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FDI는 182억 유로(약 23조 3500억원)에 그쳤다. 10여 년 전인 2007년(481억 유로)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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