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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위 클래스, 한 수 가르친 ‘손’

한 수 위 클래스, 한 수 가르친 ‘손’

최병규 기자
입력 2019-01-17 17:56
업데이트 2019-01-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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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꺾고 조 1위로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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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오른쪽·토트넘)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후반 44분 구자철과 교체돼 나가면서 한국 관중의 응원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아부다비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오른쪽·토트넘)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후반 44분 구자철과 교체돼 나가면서 한국 관중의 응원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아부다비 연합뉴스
‘명불허전’. 손흥민(토트넘)의 이름 석 자에 이보다 걸맞은 말이 또 있을까.

17일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중국과의 최종전에 손흥민이 선발로 출전하자 국내는 물론 영국의 토트넘 팬들까지 이를 쉽게 믿지 못했다. 그는 지난 1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풀타임 출전한 뒤 곧바로 아시안컵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날아와 단 하루를 쉰 터였다.

‘혹사 논란’이 또 일었지만 손흥민은 개의치 않았다. 주연보다는 조연을 자처했다. 자신에게 수비수들이 몰려들자 영리하게 반칙을 유도하거나 동료들의 플레이를 도왔다. 전반 12분 김문환의 패스를 낚아챈 뒤 페널티 지역에서 돌파를 시도해 상대 수비수의 반칙을 끌어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의조에게 양보한 손흥민은 뒤로 물러서 벤투호의 결승골 득점 모습을 지켜봤다.

두 번째 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6분 오른쪽 코너킥 키커로 나서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크로스로 공을 김민재의 머리에 얹었다. 종료 1분을 남긴 후반 44분까지 손흥민은 쉬지 않고 뛰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경기에서 승리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승리했으니 이제 많이 쉬면서 회복하면 된다”고 쿨하게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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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왜 급히 불러 놓고 못 뛰게 하나요”
이승우 “왜 급히 불러 놓고 못 뛰게 하나요” 아시안컵 직전 대표팀에 긴급 투입됐지만 세 경기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승우(오른쪽)가 17일 새벽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종료 직후 파울루 벤투 감독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이승우는 앞서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 ‘그만 벤치로 돌아오라’는 감독의 사인에 실망한 듯 복귀하면서 물병을 발로 찬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부다비 연합뉴스
중국전 2-0 승으로 C조 1위를 빼앗아 한결 수월한 벤투호의 토너먼트 행보를 마련한 손흥민의 경기 기록은 ‘월드클래스급’ 가치를 확실히 증명해 준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인 팀트웰브의 분석 리포트에서 손흥민은 한국 선수 중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직전 패스)와 크로스 부문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6개의 키패스를 성공시켜 황인범(3회)과 이청용·황의조(1회)를 크게 앞섰다. 크로스에서도 최다인 7개를 시도해 6개를 성공시켰다. 전체 패스 성공률은 90%, 드리블 시도와 성공 횟수도 모두 팀 내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존재감 자체가 대표팀 전술 운용에 더 큰 도움이 됐다. “경기 전날 밤 컨디션을 확인한 뒤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결심했다”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합류로 더 많은 공격 옵션이 생겨 앞서 1, 2차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 팀은 좋은 선수가 들어왔을 때 강해지기 마련이다. 중국전 승리에는 손흥민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탄식했다. 중국의 신랑(新浪)스포츠는 “공한증은 40년간 중국 축구대표팀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라면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중국은 최근 한국을 상대로 1승1무로 무패의 기록을 냈지만 ‘리피의 신비’는 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펑파이(澎湃)는“영국에서 막 돌아온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의 본색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매체들은 손흥민의 출전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다국적 인터넷매체 101 그레이트골스는 “손흥민이 맨유전을 뛴 뒤 72시간이 안 돼 국제경기를 뛰었다”고 전했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토트넘 팬들이 그리워하는 손흥민이 중국전에 출전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고 했다. AFP는 “맨유전을 치른 손흥민은 곧바로 중국전에 출전해 12분 만에 페널티킥을 유도했다”고 소개했으며 독일 DPA는 “손흥민이 UAE에 도착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선발 출전해 88분 동안 맹활약했다”고 보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9-01-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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