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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한 北대사대리는 어디에?…행방에 ‘추측 무성’

잠적한 北대사대리는 어디에?…행방에 ‘추측 무성’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04 10:28
업데이트 2019-01-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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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 “‘미스터리’된 잠적”…“이탈리아 벗어났을 가능성도”

작년 11월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조성길(44)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부부가 이탈리아 등 외국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과연 현재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잠적한 이탈리아 주재 北대사대리 조성길
잠적한 이탈리아 주재 北대사대리 조성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앞서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한국 정보당국의 말과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현재까지 확실히 알려진 사실은 조 대사대리 부부가 임기 만료 시한(작년 11월 20일)을 앞두고 행방을 감췄다는 것뿐이다.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이들이 어느 나라에 망명 신청을 했는지 또는 할 계획인지, 이들 부부가 자녀와 함께 자취를 감췄는지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속시원히 확인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외교부 관계자는 3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우리가 아는 한 이탈리아는 조성길 대사대리로부터 어떤 망명 요청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의 토마소 자리초 외신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외교부가 아는 범위에서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요청하거나, 과거나 현재에 도움을 받는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자리초 대변인은 “정보기관 등 외교부 이외의 다른 부처나 이탈리아 내 특정 외국 공관이 그를 보호하거나 제3국 망명 절차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해 다른 정부 기관이나 외국 공관이 조 대사대리의 신병 처리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현지 외교 소식통은 이탈리아 정보 기관이나, 현지 주재 해외 공관이 설혹 조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신청에 관여했을지라도, 조 대사대리의 잠적과 관련한 입장을 공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조 대사대리의 행방이 한동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소식통은 “조 대사대리가 최초로 행방을 감춘 곳인 이탈리아는 유럽 내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 조약 가입국”이라며 “잠적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벌써 택시나 일반 차량 등을 이용해 그의 가족이 제3국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역시 조 대사의 소재나 망명지 등이 결국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이날 외교부 소식통이 조 대사대리로부터 망명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하자,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이 ‘수수께끼’(미스터리)가 되고 있다. 이제 그가 정보 기관의 보호 덕분에 이탈리아에 여전히 남아 있는지, 아니면 그가 임박한 귀임을 피하기 위해 제3국에 망명 요청을 한 뒤 임기 말에 국경을 넘기로 결정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 역시 이날 청와대 대변인이 조 대사대리의 잠적에 대해 확인을 거부한 것과 관련,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 등 민감한 시점에 이번 일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선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반역자’를 이탈리아나, 좀 더 (망명지로서의)가능성이 높은 미국 등의 서방 국가가 수용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양국 지도자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북핵 협상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탈리아 지역 일간지 ‘라 트리부나 디 트레비소’를 인용해 조 대사대리가 지난해 3월 다른 대사관 관리인 박명길과 함께 거래를 염두에 두고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지역에 있는 공장 두 곳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한 곳은 욕실 가구나 용품을, 또 다른 한 곳은 대리석 부대 용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이 신문은 당시 현지 기업인들이 북한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에는 이들이 북한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조 대사대리 일행과 동행한 이탈리아인들 가운데는 발렌티노 페린 이탈리아 전 상원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페린 전 의원은 현재는 이탈리아 집권당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 소속이다. ‘동맹’은 일반적으로 상업 분야에 안 좋다는 이유로 경제제재에 반대한다고 AP는 전했다.

페린 전 의원은 AP에 베네토 방문 준비 문제를 포함해 조 대사대리와 여러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5일 로마에 있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마련한 한 공식 연회에서 조 대사대리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페린 전 의원은 조 대사대리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조 대사대리는 자신의 인민과 조국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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