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유족 “임세원 교수도 한때 우울증…고통받는 이들 낙인 없는 치료 원해”

유족 “임세원 교수도 한때 우울증…고통받는 이들 낙인 없는 치료 원해”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9-01-02 18:55
업데이트 2019-01-02 18: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중상 입고 간호사 대피 노력 CCTV 찍혀
범인, 미리 흉기 준비… ‘계획범죄’ 무게
범행동기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아
정부, 진료환경 안전 개선안 마련키로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법안도 협의
이미지 확대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한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박모씨가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박씨는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한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박모씨가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박씨는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을 먼저 피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교수를 향한 애도의 물결도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박모(30)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 신경정신과 상담실에서 임 교수와 진료 상담을 하던 도중 임 교수를 흉기로 찔렀다.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채 도망치며 간호사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이어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한 뒤 박씨가 쫓아오자 다시 달아났다. 하지만 임 교수는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에서 박씨에게 붙잡혀 다시 흉기에 찔렸다. 임 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과다 출혈 등으로 끝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면서 “자신이 흉기에 찔렸는데도 간호사가 잘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박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박씨는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를 앓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을 토대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는 이날 임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 안전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가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책으로 낸 사실을 거론하며 “사랑했던 환자를 위해 자신을 드러냈던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오빠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이 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빠는 효자였다. 굉장히 바쁜 사람인데도 2주에 한 번씩은 멀리서 부모님과 식사했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인은 생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걱정하고 치유 과정을 함께 하면서 평소 환자를 위해 성실히 진료에 임했다”면서 “지난 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회의를 갖고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진료실 내 대피통로(후문) 마련과 비상벨 설치, 보안요원 배치, 폐쇄병동 내 적정 간호인력 유지 등 진료현장 안전실태 조사를 추진한다. 또 비자의 입원 환자에 대해 퇴원 조건으로 1년간 외래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 법안도 국회와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퇴원 정신질환자 정보 연계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복지부는 다만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