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함박눈이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짜릿하고 말랑말랑한 전화를 받았다. 버스 안에서 얼음보숭이로 녹아드는 목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심사위원 분들이 모자란 나를 뽑아주신 뜻은 앞으로 못난 빈 구석을 채워가라는 말씀으로 새기겠다.김성배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내 삶이 어려워서 포기했고 도움이 될까 다시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그렇게 공모전 상도 몇 번 받았다. 오오, 행복한 지옥이여. 제대로 되는 거 없이 이 일 저 일 늑대처럼 순례했다. 글이 내가 잘할 수 있는 하나라 생각했지만 또 다른 좌절의 시작이란 걸 몰랐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글이란 걸…. 그때의 나를, 더더욱 지금의 나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부족했는지를…. 누나를 보내고 뒤이어 아버지까지 보내고 난 뒤 얼음물에 빨래하던 퉁퉁 부은 내 손에 박힌 동상처럼 나는 혼미했다.
요즘은 글 쓰는 젊은 친구들이 적어진 듯하다. 그만큼 힘든 탓일까. 천연기념물, 멸종위기동물이 되어가는 이 시대 서러운 수컷들의 운명인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살짝 쉰 쉰넷, 시어 꼬부라져도 총각김치는 총각이듯 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스스로 못났기에 이 세상의 못이 되겠다. 잘 박히겠다.
■김성배 ▲1965년 경북 문경 출생 ▲2000년 ‘자유문학’ 시 부문 당선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부지부장 ▲등대문학상·해양문학상·거제문학상 수상.
2019-01-01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