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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중 추락 소방관 “눈 떠보니 후배가 비명 지르고 있어”

화재 진압중 추락 소방관 “눈 떠보니 후배가 비명 지르고 있어”

입력 2016-12-01 13:28
업데이트 2016-12-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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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높이서 떨어져 부상…“초기 진화 너무 어려웠기에 더 안타깝다”

“잠깐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후배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대구 북부소방서 칠성안전센터 장영봉(47) 소방위는 1일 오전 서문시장 4지구에서 건물에서 추락했을 때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장 소방위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께 화재를 진압하려고 서문시장에 출동했다가 4지구 동편 건물이 무너지며 3m가량 높이 아래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2층에서 팀원들과 불을 끄던 그는 안쪽에서 여전히 불꽃이 보이자 후배들보다 앞장서 붕괴 위험이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3∼4층에서부터 무너진 건물 자재에 깔리며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후배들의 비명에 정신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눈을 뜨자 팀원인 후배 10여 명이 울면서 나를 부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며 “그제야 콘크리트 철근이 하반신을 짓누르고 있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후배들은 10여 분 동안 손으로 철근 잔해를 들어 올리며 그를 구조했다.

장 소방위는 “후배들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라며 “건물이 무너져 이제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와 동갑내기인 아내는 남편이 병원에 실려 간 사실을 인터넷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걱정할까 봐 아내에게 출동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내는 “하루에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며 “그이가 워낙 자주 사고를 당해 이번에도 몰래 입원했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찾아왔다”고 밝혔다.

11년 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세월호,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 등에 출동한 장 소방위는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 피해자들 눈빛을 보면 마음이 쓰라려 무리해서라도 빨리 진압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서문시장 화재에서도 다른 소방관이 옥상에서 고립되고 길을 잃는 등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초기 진화가 너무 어려웠기에 더 안타깝다”며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께서 속히 비통함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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