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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일제강점기 오류·논란만 100여개”

“국정교과서 일제강점기 오류·논란만 100여개”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11-30 22:46
업데이트 2016-12-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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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연대회의 검토본 분석…“수능 출제 땐 엄청난 줄소송”

보수 성향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내년 사용 지장 없게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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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역사교사모임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교육연대회의가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교육연대회의가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가 아닌 순동이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자서전 대신 미완성 논책이라 불러야 옳다.’ ‘친일 인사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혼용돼 있다.’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지적된 오류의 일부분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을 긴급 분석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사흘 동안 검토한 결과 상당한 오류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대회의에는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진보 역사단체가 참여했다.

연대회의가 공개한 오류는 사실관계가 틀린 것을 비롯해 학계 논란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예컨대 고교 한국사 검토본에는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20쪽)라고 돼 있다. 김장석 서울대 사학과 교수는 “청동보다 순동이 먼저 사용된 사실이 나왔고, 기원전 5000년경에 순동시대가 시작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고 지적했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 설명(190쪽)한 데 대해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동양평화론은 미완성 논책이며 자서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중등 역사① 검토본에는 함무라비 법전이 ‘세계 최초의 법전’으로 돼 있지만 강성호(순천대 교수) 한국서양사학회장은 “400년 앞선 법전이 발견돼 이미 틀린 사실로 확인됐고, 검인정 교과서에서조차 바로잡았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학교 역사에서만 한 쪽당 오류가 1.5건”이라며 “두 권을 모두 합하면 400~500건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파에 대해서는 ‘친일 인사나 단체’, ‘친일 세력’,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용어가 혼재됐다. 한국사 229쪽에는 4개가 모두 등장한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졸속 집필의 근거 가운데 하나”라며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찾아낸 오류·논란만 100여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단순 사실관계 오류는 당장 수정이 되지만, 오류가 일어난 원인을 바로잡고 해당 부분을 맥락에 맞게 다시 쓰려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고 밝혔다. 김태우 회장은 “이런 교과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가 출제되면 국가를 상대로 엄청난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는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가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좌우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아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라는 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토본을 어떻게 수정·보완할지를 놓고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과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사립학교법인 협의체인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내년 학교 역사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교육부 고시로 발행되는 국정교과서는 시대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정통성이 좌우되지 않도록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철저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공개토론회,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본을 내년 1월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2-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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