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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고 사과했지만 ‘4無 담화’… 공감 못 얻었다

고개 숙이고 사과했지만 ‘4無 담화’… 공감 못 얻었다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11-30 22:08
업데이트 2016-12-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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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朴대통령 담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부터 모두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개 숙인 대통령의 사과를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성·수치심이 담긴 내용, 사과 내용의 구체성, 피해자와의 공감, 향후 해법 제시 등 공개 사과문이 갖춰야 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사과보다는 ‘입장발표문’이었고, 사과였다면 대표적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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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정병태 국제사이버대 교양학부 교수는 30일 “최소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본인의 혐의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며 “명시적인 설명보다 ‘고맙고 소중한 시간’ 등 추상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며 과오에 대한 언급을 피해 간 부분이 사과로 느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세 번의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부분은 1차 대국민담화(10월 25일)에서 “최씨는 과거 저를 도와준 인연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중략)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가 있었다. 3차 담화(11월 29일)에는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입니다”라고 했다. 국민이 바라는 사실 설명 대신 본인의 입장만 되풀이한 셈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잘못에 대한 인정이 없으니 반성의 감정도 담길 수 없다”며 “공감 능력이 결여된 상황에서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는 자기 중심적인 발언과 명쾌하지 않은 화법은 듣는 이의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에게 공감을 얻는 감정 조건은 담화를 하는 표정이나 제스처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원고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기만 하는 식이었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담화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며 웃는 모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소셜메트릭스 인사이트를 이용해 트위터, 블로그 등 인터넷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3차 담화 전날 4만 9874건이던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언급은 당일인 29일 7만 6744건으로 53.9%나 급증했다. 향후 해법에 대해 “(퇴진 여부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부분도 사과보다는 정치적 입장 발표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민이 화가 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커뮤니케이션의 첫 번째 단계인데 여론에 떠밀려 담화를 하다 보니 자신의 잘못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사과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변명으로 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과의 구체성, 직접성, 진정성이 모두 결여된 데다 시기적으로 이른바 뒷북을 친 것”이라며 “이런 식의 사과는 100번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12-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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