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촛불집회 100만 vs 26만명 똑같은 군중인데 4배 差 왜?

촛불집회 100만 vs 26만명 똑같은 군중인데 4배 差 왜?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11-14 17:42
업데이트 2016-11-15 01: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일상 속의 수학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의 참석자를 놓고 주최 측은 100만명, 경찰은 26만명이라고 추산했다. 똑같은 군중을 놓고 4배나 차이가 났다. 조금이라도 많게 보거나 적게 보려는 의도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고, 각각 누적 인원과 고정 인원을 추정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만, 수십만 군중은 헤아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중 규모를 추산하는 것은 언론뿐만 아니라 수학이나 통계학은 물론 물리학적 방법으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사회물리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콘서트나 야구장 관객 수 같은 경우는 한정된 장소에 인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구에서 인원을 한 명씩 세면 된다. 그렇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모이는 인원을 추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 확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집회 인원에 대해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 수치가 4배나 차이를 보였다. 군중 규모 추산은 수학, 통계학, 사회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DB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집회 인원에 대해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 수치가 4배나 차이를 보였다. 군중 규모 추산은 수학, 통계학, 사회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DB


최근 꿀벌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가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서식지 감소가 꼽히고 있다. 수학은 꿀벌이 살기 좋은 부지 적합성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최근 꿀벌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가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서식지 감소가 꼽히고 있다. 수학은 꿀벌이 살기 좋은 부지 적합성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경찰 ‘페르미 계산법’ 3.3㎡내 6~9명 추산… 26만명 집계

이 때문에 군중 규모를 계산할 때는 ‘군중 추산 방정식’을 사용한다. 항공사진을 이용해 집회장소의 면적을 단위면적의 정사각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정사각형 안에 있는 인원수를 파악한다. 그다음 비슷한 밀도를 보이는 면적끼리 곱한 뒤 전체를 더하면 군중 규모가 나오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대 레이 왓슨 교수와 홍콩대 폴 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군중이 최대 밀집할 경우는 한 변이 45㎝인 정사각형 안에 1명(0.2㎡당 1명)으로 계산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12일 광화문 촛불집회 군중 수는 경찰 추산보다 많은 34만명이 된다. 반면 경찰에서 추산하는 방식은 참가인원이 가장 많은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3.3㎡(1평) 내 6~9명이 있다고 가정하고 전체 집회 면적으로 계산하는 ‘페르미 계산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보다 적은 26만명 정도로 계산됐다는 것이다.

●전문가 “군중, 액체·고체 오가는 상태 변화 보여”

그렇지만 두 계산법 모두 주최 측 추산 100만명에 못 미치는 이유는 유동적인 군중 상태와 누적 참가 인원수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병묵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군중은 입자가 고정된 장소에 못 박혀 있는 고체 같은 상태가 아니라 액체처럼 유동적이고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멈추는 등 액체와 고체 사이를 오가는 상태 변화를 수시로 보였다”면서 “집회가 열린 시간을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보고 한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문 시간을 2시간으로 본다면 3명의 유동인원이 장소를 옮겨 가면서 빈 공간을 새로운 인원이 메꾸는 방식으로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방정식으로 계산된 34만명의 3배 정도인 10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수학은 최근 우리의 삶 곳곳에 다양하게 숨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와 양에 관해 다루는 수학은 철학, 천문학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자연철학의 전통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논리적 사고 배양에 도움이 되거나 이미 정해져 있는 해답을 찾는 문제풀이 방식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학은 자연과 우주의 숨은 법칙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사회, 정치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는 실질적 학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수학적 논리 활용

최근 수학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생명과학 분야다. 복잡한 생명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유체역학, 컴퓨터 과학 같은 공학도 동원돼야 한다. 21세기 생물학과 생태학의 바탕에도 수학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2006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된 벌집 군집 붕괴현상 해결에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수학이 동원됐다. 꿀벌의 집단 폐사 현상은 이전에도 나타났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으며 그 정확한 원인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봉업자들뿐만 아니라 생물학자들도 야생 수분 매개자가 사라지지 않을 최적의 양봉 장소를 수학으로 찾고 있다.

‘특정 종을 위한 부지적합성 예측 방정식’은 해당 부지의 토지 유형과 토지 유형별 날씨, 먹이공급 조건 등을 계산해 벌이 집단 폐사하지 않고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을 찾는다. 이 방정식은 정확한 답을 찾는 공식이라기보다는 여러 부지의 적합성을 예측하고 비교해서 운영 방침을 세우기 위한 수리 예측모델에 해당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최근 수학은 학문이 아닌 대중의 삶과 직접 연관된 사회적 또는 산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은 정보통신(IT), 생명공학기술(BT), 금융, 우주항공, 교통은 물론 선거예측, 정책효과, 사회양극화 분석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수학적 논리와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11-15 2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