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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초등학생 한글교육 학교가 책임진다

내년부터 초등학생 한글교육 학교가 책임진다

입력 2016-08-01 11:34
업데이트 2016-08-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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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받아쓰기, 유치원 일기쓰기 등도 자제 요청…수학도 ‘스토리텔링’ 기조 유지하되 ‘글밥’ 대폭 줄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인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한글교육이 대폭 강화된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무리한 받아쓰기를 시키거나 유치원 등에서 초등 대비 성격으로 일기쓰기 등을 시키는 것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한글분량 늘이고 어려운 받아쓰기 등 자제…부담 최소화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확정·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최근 개발된 초등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한글교육이 약 55차시(차시는 시간의 의미. 초등 1시간은 40분 수업) 분량으로 담겼다.

아직 개발 중인 초등 1학년 2학기와 2학년 1, 2학기 교과서 속 한글교육 분량까지 모두 합치면 1∼2학년 전체 한글 수업은 총 60여차시 분량이 될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는 현행 초등 1∼2학년 한글교육 시간(27차시)과 비교해 배 이상 증가한 것이자 지난해 고시된 초등 국어과 교육과정안이 제시한 분량(최소 45차시 이상)과 비교해서도 훨씬 늘어난 양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 초등 1∼2학년, 2018년 초등 3∼4학년과 중1·고1, 2019년 초등 5∼6학년과 중2·고2, 2010년 중3·고3 등으로 순차 적용된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내년 초등 1∼2학년이 사용할 교과서를 새로 개발 중이며,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의 경우 현재 현장 검토본이 나와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히 한글교육 시간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용 면에서도 강화된 지침에 따라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 등이 늘면서 갈수록 한글을 종이 위에 직접, 정확히 써 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교과서와 함께 개발된 교사용 지도서에 ‘연필을 바르게 잡고 바른 순서대로 쓰는 등 기초학습을 탄탄히 한다’ ‘입학 초부터 어려운 받침 등이 들어가는 무리한 받아쓰기로 한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등의 유의사항도 담았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은연중에 보호자에게 한글교육을 권유하거나 일기쓰기 등 초등 저학년 수준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를 통해 각 유치원 등에 안내하기로 했다.

◇ 수학 등 타 교과서에도 ‘글밥’ 최대한 줄여

국어 외에 1학년 1학기 통합교과, 수학 등 다른 교과서에도 글자 노출을 최소화하고 듣기, 말하기 중심으로 교과서를 구성해 학생, 학부모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부담을 한층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학교과서의 경우 단순 연산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현행 수학교과서에는 ‘글밥’, 즉 글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한글을 모르면 국어뿐 아니라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이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답을 적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곤 했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현재 수학 등 다른 교과서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한글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수학을 친숙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취지의 ‘스토리텔링’ 기조는 이어가되 글자 대신 그림 사용을 대폭 늘려 아이들이 교사의 안내에 따라 그림을 보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과서를 편찬 중이다.

또 수학교과서에 캐릭터를 등장시켜 만화처럼 말풍선을 그려 넣는 등 아이들이 쉽게 문제를 이해하도록 할 계획이다.

글자수가 줄어드는 만큼 교과서 자체의 분량도 지금보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선행교육 막아야…모국어는 공교육이 책임”

이처럼 교육부가 초등 한글교육 강화에 나선 것은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을 떼고 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져 사교육이 늘어나는 한편, 사교육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학생 등도 증가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일찍부터 한글 조기교육을 시키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뒤처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한글을 조기에 떼게 하려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실제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어려운 받아쓰기 등을 시켜 한글 교육에 대한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도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어도 모국어만큼은 공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과도기를 거쳐 학부모들이 정말로 ‘학교에서 한글을 책임지는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되면 선행교육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글을 떼고 오는 아이, 그렇지 못한 아이 모두 한글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배울 수 있도록 단순히 ㄱ,ㄴ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식으로 알게끔 교과서 내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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