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트럼프 ‘동맹때리기’에 곳곳서 비판과 냉소…“동맹이 거래냐”

트럼프 ‘동맹때리기’에 곳곳서 비판과 냉소…“동맹이 거래냐”

입력 2016-04-30 22:49
업데이트 2016-04-30 22: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동맹시스템 몰이해…동맹 없으면 미국 안보리더십도 끝나”“막상 집권하면 동맹정책 손대기 어려울 것” 지적도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이 적정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질서를 유지하고 안보적 이익을 지키는데 있어 미군의 전진배치에 터잡은 동맹시스템이 얼마나 긴요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경제력’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제어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도 앞뒤가 안맞고 구체성이 결여된 탓에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트럼프가 막상 집권하면 자신의 입맛대로 동맹체제와 외교안보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출신의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모든 동맹을 단순한 거래적 관계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동맹이 미국과 우방들의 안보이익에 기여하는 파트너십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나아가 “미국이 현 동맹시스템을 끝내겠다는 암묵적 위협은 국제안보 영역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지배력을 스스로 종식시키겠다는 정책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특히 “동맹국들은 현 동맹체제 유지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미군 주둔에 엄청난 병력 뿐만 아니라 주둔기지와 훈련장소, 노동, 그밖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트럼프의 외교정책 구상은 모순된 주장과 심각한 논리적 결함, 그리고 위험한 아이디어들로 가득차있다”며 “특히 트럼프가 자신의 외교구호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에 반대했던 고립주의 조직의 이름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의 더글라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부회장은 연합뉴스에 “1970년대 후반 내가 미국 정부에서 한 가장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미동맹을 끝내겠다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내부의 강력한 비판론에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3년 뒤인 1979년 이를 철회했다.

팔 부회장은 “나는 당시 교훈을 배웠다”며 “만일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책임을 진 관료와 정책서클에서 그가 비현실적주의적 정책을 철회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우리는 자살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를 가져올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한국,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 문제가 새로운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롬버그 연구원은 특히 “작금의 아시아 안보현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동맹국들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게 만든다는 트럼프의 대북정책 구상에 대해 “현 정책기조와 다를 바 없다”고 풀이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동북아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을 깨거나 병력을 철수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은 무지한 바보이거나 거짓말쟁이이고 두 경우 모두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매닝 연구원은 트럼프가 경제력을 이용해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통제하겠다는 대북정책 구상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것이 없는데, 무슨 레버리지를 행사한다는 소리냐”며 “국수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고립주의적 시각에 얽매여있고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연구원은 “트럼프의 외교정책 구상에는 내부적 모순이 너무 많다”며 “누가 조언하고 어떻게 외교정책 구상이 수립됐는지를 이해하기 전에는 제대로 모르겠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담당 선임연구원은 “경제적 중상주의와 안보적 고립의주의의 조합은 미국 역사에서 새로운게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선공약의 의미를 평가절하한 뒤 “다행히도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유력 워싱턴포스포(WP)는 29일 자 신문에 ‘일관성 없고 앞뒤가 안맞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이라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동맹 언급을 비판했다.

WP는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력 약화 때문에 동맹들에 대한 방위공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놓고는 몇분 뒤에 미군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우리는 미군을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쓸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값싸 투자라고 말했는데, 이는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WP는 이어 “중국과의 관계를 바로잡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처방은 터무니없다”며 “중국에 대한 경제력을 이용해 북한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은 고등학생 교실에서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매트’의 섀넌 티에지 편집장은 CNN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는 동맹 체제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동맹은 미국의 안보를 직접 보호해줄 수있는 전진기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력을 사용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통제하도록 만들겠다고 주장한 것도 잘못됐다”며 “1990년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양국이 깊숙이 연결된 상황에서는 어려운 얘기”라고 지적했다.

국무부 부장관 출신의 빌 번즈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원장은 29일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가 내세운 구상은 너무 위험스럽다”며 “백악관의 주인이 되려면 판단과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번즈 원장은 “세계와 역사, 경제, 정치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러시아나 중국보다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에 대해 거칠게 대응한 것은 분명히 큰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피트 킹(공화·뉴욕) 의원은 28일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우리는 (미국의 안보이익을 지켜줄) 지렛대를 잃는다”고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했다.

킹 의원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일리있는 주장”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한국과 일본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태평양 지역에서 빠져나온다면 이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렛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