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공중보건의 5년새 1500명 감소…‘혼자 1개면 치료 책임져요’

공중보건의 5년새 1500명 감소…‘혼자 1개면 치료 책임져요’

입력 2016-04-28 07:27
업데이트 2016-04-28 07: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병의원 없는 지역 주민 ‘불편’…의전원·女의사 증가 등 영향력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로 인해 농어촌 등 오지와 지방도시의 환자들이 공공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불편이 커지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군(軍) 복무 대신 농어촌 보건소, 보건지소, 공공의료원 등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3년간 일하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를 말한다.

◇ “오늘은 의사 선생님이 없어요?”…공중보건의 감축에 곳곳 ‘불편’

지난달까지 울산시 울주군내 주민은 6개 보건지소에 가면 언제나 의사(공보의)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사를 만날 수 없는 날이 많이 생겼다.

군내 공보의가 줄면서 6개 보건지소를 담당하던 6명의 공보의가 5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공보의 5명이 6개의 보건지소를 순회하며 근무 중이다.

울주군보건소 관내 공중보건의는 이달초 19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보건소에 근무하던 의사(의과) 2명이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친 것이다.

보건소는 빈 2자리를 보건지소 근무자 중 1명, 통합보건지소 근무자 2명 중 1명을 전환 배치해 채웠다.

이로 인해 통합보건지소 역시 이용자들이 예전보다 진료를 받는 데 불편이 많아졌다.

그나마 정부는 감소세에 있는 공중보건의를 농산어촌 보건지소에 우선 배치하는데도 그렇다.

공보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한 지방 중소도시 공공의료원의 타격은 더 크다.

충북 충주의료원은 원래 5명의 공보의가 배치됐지만, 올해 3명으로 줄었다.

제천시도 응급의료지정병원인 민간병원에 배치한 공보의를 철수시켰다. 경남 마산의료원에 배치된 공보의도 1명 줄었다.

제주도 역시 농촌지역이나 추자도, 우도 등 낙도지역 보건지소에 공보의를 추각 배치하고자 제주동부보건소와 서귀포동부보건소, 서귀포서부보건소의 치과보건의를 줄였다.

이로 인해 지방 공공의료원이 재난이나 전염병이 생겼을 때 해당 지역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전국의 공공의료원 곳곳에서 의료 인력이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6월 경북에 사는 A(61)씨는 지역의 한 공공의료원을 찾았다.

당시 A씨는 의사 대부분이 메르스와 관련된 일을 하는 바람에 반나절을 기다리고 나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 혼자서 1개 면지역 의료 책임…공보의도 힘들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1년차 공중보건의 최진혁(28)씨는 하루 평균 환자 10명을 진료한다.

도시 의사에 비해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아니고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찾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진료해야 한다.

공식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다. 그러나 숙소인 관사가 보건지소 2층에 있어 퇴근 후에도 환자가 오면 내려와 진료해야 한다.

이 보건지소는 2천여명이 사는 도산면의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환자 대부분이 노인이어서 보건지소를 찾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농번기에는 늦은 시간에 찾아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

퇴근 뒤에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환자에 대비해야 하는 탓에 하루 일정이 빡빡하다.

안동시내 공보의 27명 가운데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15명은 대부분 최씨와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안동시내를 제외한 14개 읍·면 가운데 병·의원이나 의료기관이 있는 곳은 풍산읍과 서후면·남후면·임하면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보건지소 공중보건의가 주민 건강을 책임진다.

공보의들이 빡빡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안동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공통적 현상이다. 공보의 수가 갈수록 부족하기 때문이다.

1990년까지만 하더라도 보건지소에는 2명 이상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곳이 있었다. 일반의사 1명과 치과의사 1명이 배치된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보건지소에 일반의사 1명만 배치된다.

◇ 공중보건의 5년새 1천500여명 감소…의전원 설립·여의사 증가 등이 원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공보의 수는 2010년 5천179명에서 2011년에는 4천543명으로 636명(12.3%) 감소했다.

이후에도 2012년 4천46명, 2013년 3천876명, 2014년 3천793명, 2015년 3천626명으로 매년 줄었다. 5년만에 30%인 1천556명이 감소한 것이다.

면적이 넓은 데다 교통이 불편한 강원도나 경북지역 공보의 감소폭이 크다. 의료인력 중 공중보건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지역들이다.

2010년 강원지역에 426명의 공보의가 근무했으나, 올해에는 304명으로 줄었다. 6년 사이 28.6% 감소한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강원도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16.3명으로 전국 평균(18.3명)보다 낮다.

60여개 읍·면에는 병·의원이 없다. 이 지역에서는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보의가 주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경북에도 2010년 716명의 공보의가 있었으나, 올해에는 548명이 근무하고 있다. 6년 사이 23% 줄었다.

공보의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머지않아 전국 곳곳에서 의사가 없는 읍·면이 생겨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도 크다. 공보의가 감소하는 것은 2005년 문을 연 의학전문대학원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학 교육과정을 마치고 진학하는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은 병역을 마친 경우가 많아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 의사의 증가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늘릴 방안 있나…복지부 ‘공공의료인력 대학’ 추진

공보의 감소로 공공의료서비스에 차질이 우려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진선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공보의 감소에 따른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공보의 수급 상황이나 지역 교통·통신 상황 등을 고려해 도농복합지역 등에 공보의 배치를 줄이고 농어촌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우선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 따라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적으로 일할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대학에서는 별도 공공보건의료 교육을 해 사명감과 소속감을 높이고, 일정 기간 공공의료 복무를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의료 복무가 끝나면 경력개발을 지원하거나 교육 등 인센티브를 준다.

또 의료 취약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학 재학 때 장학금을 지원하는 현행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보완,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공중보건의가 줄어 생긴 공공의료기관 의료진 빈자리를 일반 의사를 채용해 채우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북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공보의는 “의학전문대학원이 축소되고 의과대 졸업자가 다시 배출되는 2020년까지 공보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골지역 의료취약지대를 해소하려면 정부에서 상당한 보수를 조건으로 민간 의사를 고용해 벽지 보건지소에 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