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지폐 ‘얼굴’로

노예 흑인여성, 대통령 밀어내고 美지폐 ‘얼굴’로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04-21 23:26
업데이트 2016-04-22 02: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00여년 전 인권 운동가 터브먼 20달러 새 모델

마사 워싱턴 이어 두번째 女모델
‘인디언 탄압’ 7대 대통령 잭슨 20달러 앞자리서 뒷면 쫓겨나
5·10달러 女 7명·킹 목사 추가
새 지폐 2030년쯤 유통될 듯

미국의 20달러 지폐의 새 주인공이 된 흑인 노예 출신 여성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미국의 20달러 지폐의 새 주인공이 된 흑인 노예 출신 여성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터브먼이 잭슨을 쫓아냈다. 해밀턴은 살아남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지폐 중 하나인 20달러짜리 지폐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앞면에 새겨진 인물 모델이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서 흑인 노예 출신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사상 첫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지폐 모델을 발표하자 뉴욕타임스는 터브먼이 잭슨을 밀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루 장관은 지난해 6월 10달러 지폐 인물을 여성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발표해 관심이 쏠렸다. 미 지폐에 여성이 없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재무부가 인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10달러 지폐 대신 20달러 지폐 인물인 잭슨 전 대통령을 여성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제기됐다. 잭슨이 미국 원주민(인디언)을 탄압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 부정적 평가가 작용했다. 한 여성단체는 투표를 통해 20달러 지폐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터브먼을 꼽기도 했다. 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양성 평등에 대한 터브먼의 용기와 헌신은 민주주의 이상이 구체화된 사례”라며 “여성이 너무 오래 지폐에서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지금 쓰고 있는 20달러에는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이 그려져 있다. AP 연합뉴스
지금 쓰고 있는 20달러에는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이 그려져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새로 만들 10달러 지폐에 들어갈 5명의 여성인권 운동가들. 수전 앤서니(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스탠턴, 루크리셔 모트, 앨리스 폴, 소너저 트루스. 연합뉴스
새로 만들 10달러 지폐에 들어갈 5명의 여성인권 운동가들. 수전 앤서니(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스탠턴, 루크리셔 모트, 앨리스 폴, 소너저 트루스.
연합뉴스
터브먼은 미 화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흑인이자,1891~1896년 통용된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 이후 120여년 만에 등장하는 여성이 된다. 1달러짜리 은 태환증권에 새겨진 첫 여성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부인 마사 워싱턴이다.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노예 출신 터브먼은 존 터브먼과 결혼한 뒤 농장에서 탈출해 필라델피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한 뒤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을 활발히 펼쳤다. 터브먼에게 밀린 잭슨은 20달러 지폐 뒷면으로 옮겨져 백악관 전경과 함께 들어가게 됐다.

1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인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그대로 남게 됐고 뒷면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 5명이 추가된다. 또 5달러 지폐 뒷면에 여성 인권운동가 등 2명과 함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들어간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10달러와 5달러 지폐 뒷면에 새로 등장할 여성들은 소수자 권리를 위해 투쟁했거나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이들이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장을 지낸 수전 앤서니(1820∼1906)를 비롯해 1848년 미 최초 여성 인권 집회를 주도한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897)과 루크리셔 모트(1793∼1880), 1916년 전국여성당을 창당한 앨리스 폴(1885∼1977), 노예 출신으로 1851년 여성 관련 연설로 유명해진 소저너 트루스(1797∼1883)가 10달러 지폐 뒷면을 장식한다. 석탄장수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 성악가가 된 메리언 앤더슨(1902∼1993)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는 5달러 지폐 뒷면에서 볼 수 있다.

재무부는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루 장관은 새 지폐들을 “최대한 빨리”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CNN머니 등 미 언론은 새 지폐들의 유통 시점으로 2030년을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4-22 2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