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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관람객 겨우 수십명…지자체 박물관·미술관에 혈세 ‘줄줄’

하루 관람객 겨우 수십명…지자체 박물관·미술관에 혈세 ‘줄줄’

입력 2016-04-20 09:40
업데이트 2016-04-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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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에 하나쯤은’ 너도나도 건립 추진…뒷감당은 ‘나몰라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비효율적 운영과 주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열악한 콘텐츠 등으로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미술관과 박물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많은 지자체가 앞다퉈 박물관·미술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 하루 관람객 수십명…혈세 먹는 하마

경기도 양주시는 2014년 75억원을 들여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국내 1세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 화백의 이름을 딴 장욱진미술관을 지었다.

부지 6천506㎡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면적 1천851㎡인 장욱진미술관의 지난해 수입은 입장료 4천800만원 등 8천500만원 가량으로 전체 운영비의 20%에 머물고 있다.

1999년 22억원을 들여 개관한 청송민속박물관은 청송 지역의 세시풍속과 관련한 672종, 3천200여 점의 민속자료를 전시한다.

봄·가을 나들이철이나 주말에만 하루 100명 이상의 입장객이 몰릴 뿐 대부분은 하루 입장객이 수십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청송 지역 주민이 대부분이다.

연간 운영예산 75억원과 88억원이 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박물관은 매일(월요일 제외) 오후 8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오후 6시 이후 야간 개장시간에 입장한 관람객은 시립미술관이 하루 평균 18명, 시립박물관이 하루 평균 10명 수준이다. 하지만 야간 개장에 드는 인건비와 시설비 등은 연간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에 달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거창, 함양, 산청, 합천 등 경남 서부권의 지자체들도 시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관람객이 적어 해마다 적자를 보고 있다.

이들 박물관을 찾은 입장객은 지난해 기준 2만5천여 명으로, 박물관마다 하루 평균 80여명이 찾았을 뿐이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 지역의 미술관과 박물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 15곳의 제주 지역 미술관과 박물관 가운데 이중섭미술관과 국제평화센터만 흑자를 낼 뿐 나머지 13곳은 입장객이 없어 적자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우선 짓고 보자…지자체마다 건립 붐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 각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박물관과 미술관 건립계획을 세우고 국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원도의 일부 지자체들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사업은 그동안 답보상태였지만 올해 국토부가 도별 1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는 절차를 밟자 강원도 태백시,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 등이 유치신청서를 냈다.

강원도 고성군은 국내 최초로 석호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

전국에서 석호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고성군은 선제적으로 석호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해 석호생태 관광벨트를 조성하기로 하고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도도 2018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광양시에 도립미술관을 건립한다.

전남도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도립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지난해 여수, 순천, 광양, 고흥, 보성, 구례 등 관내 시군을 대상으로 입지평가를 거쳐 광양시 옛 광양역사 부지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충북 청주시는 서원구 사직동 옛 KBS방송국 건물을 새로 고쳐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면적 4천910㎡ 규모의 청주시립미술관을 짓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에는 국비 23억원 등 모두 84억원이 투자되며 지난해 말 미술관 건물공사를 마무리하고 7월 개관을 목표로 현재 내부 콘텐츠 배치 작업을 하고 있다.

◇ 예산 낭비 막을 대책은 없나…각 지자체 ‘수술 중’

부산시의회는 시립미술관과 시립박물관의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찾고자 관련 조례를 손보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시립미술관 등의 야간 관람시간을 조정하고, 특별전 등 일부 전시회의 관람료를 유료화하는 등 경영 효율성 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18일 시민, 전문가, 학계 관계자 등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어 박물관과 미술관의 운영 실태를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장욱진미술관을 운영 중인 경기도 양주시는 미술관 자체 수입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양주시는 미술관 인근에 9천㎡ 규모의 조각공원을 사들여 미술관과 함께 운영할 경우 연간 입장객이 기존 4만여명에서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평생회원과 연회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VIP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하루 평균 99명이 찾는 유성구 상대동의 대전선사박물관 관람객 수를 늘리기 위해 올해 15억원을 들여 전시 내용을 바꾸는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경남도는 낡은 박물관 리모델링 사업을 공모하거나 관광 프로그램을 연계한 박물관 관람객 확충방안을 마련했다.

낙후지역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 체험학습프로그램도 도입하고 있다.

제주도는 도내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는 다양한 콘텐츠의 사설박물관은 크게 늘고 있는데도 국공립 박물관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박물관 설립에만 치중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각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체험 위주의 전시와 각종 특별전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등 관람객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시의회 권오성 경제문화위원장은 “시립미술관 등을 찾는 시민들에게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문화 소외계층에게는 동등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영과 경영 측면에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의 효율성에 앞서 지역에 필요한 공공적 책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주 부산 정관박물관장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을 부각하고,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공공성을 갖고 있다”며 “경영합리화의 잣대로만 문화시설 운영을 판단하는 것은 자칫 지역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근본적인 건립 취지를 외면하는 결과를 빚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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