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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대중 귀국문제로 전두환 방미발표 연기

美, 김대중 귀국문제로 전두환 방미발표 연기

입력 2016-04-17 14:04
업데이트 2016-04-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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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연기-사면’ 연계한 한미 막후협의 전모 드러나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둘러싸고 막후 중재를 벌이던 미국이 한국과의 견해차에 부딪히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미국 방문계획 발표를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1985년 외교문서에는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정부가 깊숙이 논의를 주고받은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치료를 명목으로 미국에 망명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2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외에서는 그가 귀국한다면 재수감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고, 귀국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도록 종용할 방안을 미측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미국대사와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 사이에서는 미국이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연기를 설득하고 한국은 사면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워커 대사가 1월 22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양국은 파열음을 냈다.

당시 클리블랜드 주한 미국대사관 공사는 면담 다음날인 23일 외무부 미주국장과의 조찬에서 “국무성(국무부)의 1차적 반응은 한마디로 대단히 실망”이라고 말했다.

워커 대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실제 대화 내용을 담은 문서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선처 문제에 대해 미국의 기대와 어긋나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 클리블랜드 공사는 외무부 차관과의 면담에서 “워싱턴의 반응이 매우 강경하다”며 “명일(내일)로 예정된 ‘태평양계획’(전 대통령 방미계획)의 발표를 다소 연기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전 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을 한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미 양국은 4월 중으로 계획된 전 전 대통령의 방미를 바로 다음날인 24일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한국은 강력히 반발했으나 결국 발표 연기에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 (전 대통령) 방미 후 귀국한다면 재수감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방미 전 귀국한다면 재수감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귀국 연기를 원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한국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시점이 언제이든 받아들이겠다며 “레이건 행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미측에 통보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가 전 전 대통령의 방미와 연계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으나, 실제 재수감을 단행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한국 인권문제에 대한 자국 내의 높은 관심을 의식해 중재에 나섰지만 한국 정부에 협조적 자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나온다.

1월 19일 워커 대사와 이원경 당시 외무장관의 면담 내용을 보면 워커 대사는 “(김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해 주는 경우에도 김이 정치활동 규제는 계속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

그는 또한 “귀국시 (미국 측) 동행인사들에 대해 한국의 경제 및 정치 발전상을 김의 비건설적 행동과 대비시켜 상세히 설명하겠다”(1월 29일 외무부 보고)는 입장도 우리 측에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한국 측 요청에 따라 김 전 대통령 귀국에 대한 주한미군방송(AFKN)의 보도도 자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당일 한국 정부가 공항 입국장에서 하원의원 등 미측 동행 인사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자 한미는 심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워커 대사에게 전 전 대통령을 면담하도록 긴급 지시한 사실도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 언론의 비판이 높아지자 전 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모략’이라며 “부당하고 고약한 내용을 취합해, 언론사 법정소송까지 포함해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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