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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충주시의장에 선고유예…법원 “조언 중 우발적 발언”

‘성희롱’ 충주시의장에 선고유예…법원 “조언 중 우발적 발언”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17 16:08
업데이트 2016-04-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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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법원이 면죄부 줘” 비난

여성 공무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렸던 충북 충주시의회 윤범로 의장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의도 자체는 적절한 복장을 하라는 지시 또는 조언으로 여겨진다”고 판단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윤 의장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를 미뤘다 2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과 비교하면 양형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집행을 유예하기는 했지만 징역형이었던 형량을 벌금형으로 낮췄을 뿐 아니라 선고마저 유예했다.

법정 형량이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모욕죄는 벌금형이 많이 선고되는 비교적 가벼운 죄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양형에서 원심과 항소심 판단이 크게 달랐다.

원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윤 의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업무의 연장선상인 공개적 자리에서 매우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언행으로 피해자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을 줬다”며 징역형 이상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충주시의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생각할 때 누구보다도 도덕성을 갖추고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의장 신분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의장의 책임보다는 권한, 문제의 발언 당시 정황에 무게를 두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옷차림을 지적하다 이야기가 발전하면서 문제가 된 발언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자 발언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도 자체는 적절한 복장을 하라는 지시 또는 조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공무원에 맞는 옷차림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남의 말을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피고인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셈이다.

재판부는 “시의장인 피고인은 당시 의회 주최 행사에 사진 촬영을 맡은 피해 여성 공무원을 어느 정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지시나 조언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욕죄는 통상 벌금형에 처하는데 원심 형량은 무거워 보인다”며 “유죄이기는 하지만 가장 가벼운 형태의 판결을 선고하겠다”며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자칫 성추행 내지는 성폭력 사건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모욕죄로 기소됐다”며 “본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재판 결과에 따라 (시의장)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가 피해 여성 공무원의 처지를 고려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장의 입장을 더 존중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양형을 위한 내밀한 판단 요소까지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원심 재판부가 시의회 의장직의 무게를 강조하며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항소심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적 지위와 힘이 있는 계층을 봐주는 이른바 ‘유권 무죄’ 판결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 의장의 변호인과 항소심 재판장인 구창모 부장판사가 고교 동문인 점을 들어 ‘봐주기 판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주·음성지부는 “모범을 보여야 할 시의장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 공무원에게 엄청난 수치심과 모욕을 안겨준 행위에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여성의 치마가 짧아지면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억지 주장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 의장은 2014년 8월 2일 일본 출장 중 열린 회식자리에서 사진을 담당하는 충주시 여성 공무원에게 “평상시 복장 상태가 불량하다”고 말을 꺼낸 뒤 여성이 듣기에 매우 수치스러울 정도로 거북한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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