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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선원도 투표..공약 모르는 게 함정?

원양어선 선원도 투표..공약 모르는 게 함정?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4-13 13:37
업데이트 2016-04-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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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양어선 선원들도 이번 총선에 동참했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선상투표’가 허용되면서다. 하지만 각 지역구 후보의 공약을 모른 채 후보들의 학력, 경력, 납세 실적만을 보고 투표를 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투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팩스로 투표 용지를 전송하는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팩스 기기가 없는 배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원양어선 선원은 공직선거법 제38조에 의거해 선상투표를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국한된다. 2012년 12월 치뤄진 18대 대선 때 첫 선상투표가 진행됐다. 당시 1600척이 넘는 배가 투표 참여 신청을 했고, 대상자 7057명 중 6617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93%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브라질 산토스항을 출항해 싱가포르항으로 항해 중인 한진 시애틀호 선원들이 선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상투표를 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제공
지난 5일 브라질 산토스항을 출항해 싱가포르항으로 항해 중인 한진 시애틀호 선원들이 선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상투표를 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제공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총 4일에 걸쳐 두 번째 선상투표가 이뤄졌다. 총 458척이 신청했지만, 통신이 안 되는 음영 지역을 항해 중인 배가 일부 있어 401척만이 투표를 했다. 총 2849명 중 2611명이 선거에 참여해 투표율은 91.7%를 기록했다.

 문제는 90%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지만 공약도 모른 채 ‘묻지마 투표’가 행해졌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원양어선에 승선 중인 선원들의 명부를 작성한 뒤 각 선박에 후보자 명부를 보내는데, 후보자의 약력, 재산신고액, 납세실적 등 개인 신상 관련 정보만 제공한다. 후보자가 내건 공약은 빠져 있다. 이메일로 후보자 명부를 보내는데 공약까지 포함하면 데이터 용량이 커져 전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선상투표가 ‘반쪽짜리 투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공약을 모른 채 투표가 이뤄지면 왜곡된 투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팩스를 통해 투표용지를 전송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현재 선상투표는 선원들이 기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직접 팩스로 선관위에 투표용지를 보낸다. 비밀투표를 보장하기 위해 선관위에 도착하는 투표용지는 ‘쉴드’(용지 전면을 가림) 처리가 된다. 그러나 팩스가 없는 배는 원천적으로 선상투표를 할 수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팩스가 있더라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아 고장이 난 채로 내버려 두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에 비해 이번 총선에 참여한 선원 수가 급감했다. 선관위 측도 “대선에 비해 총선 관심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팩스가 없는 배가 많아진 점이 낮은 참여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법상 선상투표가 진행되려면 한국인 선장이 타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국 국적의 배라도 외국인 선장이 지휘하는 배에 탄 선원들은 투표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주협회가 선관위 측에 한국인 선장이 없어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난색을 표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장이 아닌 사람에게 위임할 경우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영무 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선상투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민주주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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