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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깜깜이’ 비례대표 선거/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깜깜이’ 비례대표 선거/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4-11 18:04
업데이트 2016-04-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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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의원 자리는 ‘꿀보직’처럼 보인다. 지역구 후보처럼 치열하게 선거운동에 나설 필요가 없어서다. 당선 뒤에는 지역 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 활동에 매진하면서 소신 정치인으로서 주가를 높일 수 있다. 전문성이나 상징성을 무기로 국민 전체에게 돋보일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다. 한계도 있다. 4년 후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올 각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 비례대표 연임을 관행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헌·당규에 연임 금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비례대표가 큰 특혜로 여겨지는 만큼 동일인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 같다.

이런 관행이 생기기 전엔 다선 비례대표 의원이 여럿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를 4차례나 지냈다. 11·12대(민정당), 14대(민자당), 17대(새천년민주당)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2번 순위를 받았으니 비례대표 5선은 떼 놓은 당상인 셈이다. 한명숙(16·19대) 전 총리, 김한길(15·16대) 국민의당 의원, 최병렬(12·14대)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이 비례대표 2선을 했다. 이들 대부분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해 주가를 높여 정치계 거물이 됐다.

비례대표는 지역이기주의를 피하면서 전문성과 소신에 따라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또 목소리가 약한 소수 집단이나 소외계층의 권익을 대변할 의무를 지녔다. 각 정당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이들을 엄선해야 하는 이유다.

엊그제 중앙선관위가 보내온 선거홍보물을 뒤적이다 의문이 들었다. 대체 뭘 보고 비례대표를 뽑으라는 건지 모를 만큼 비례대표 후보 정보가 너무 빈약했다. 손톱만 한 사진에 직업과 최종 학력, 대표 경력 하나가 전부다. 공직선거법과 선관위 규칙에 따른 것이다. 정당 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니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데 시각을 달리하면 이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4년간 의정 활동을 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점은 비례대표나 지역구 의원이나 매한가지다. 유권자들로선 이들의 면면을 보고 정당투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달랑 이름과 학력, 경력 몇 줄 보고 표를 달라고 한다.

이 정도로 알 만한 인물은 비례대표 1~2순위, 많아야 3~4순위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이른바 ‘듣보잡’ 후보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고 정당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는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할 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을 줄 세워 시혜를 베풀 듯 의석을 나눠 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니 일각에서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번엔 지역구 의원과 정당 지지를 달리하는 교차투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 지지율에서 비례대표 요인이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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